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혜정 변호사 Jul 30. 2022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국민참여재판

사진출처: ENA 공식 홈페이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보시나요?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드라마 자체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정도로 요즘 인기가 상당하죠. 우영우 변호사 덕분에 ‘변호사’란 직업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요. 하도 인기가 많길래 호기심에 한번 봤는데, 와우~ 정말 재밌습니다!


법조현실에 맞지 않는 장면도 거의 없고 특별히 악역도 안 보이고요. 등장인물들도 다 매력적이고, 사건 자체도 참신하고, 아무튼 다 좋습니다! 아직 드라마를 못 보신 분들은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드라마 칭찬(?)은 이쯤으로 하고, 오늘은 드라마에서 네 번이나 등장했던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드라마를 같이 본 남편이 제게 “배심원은 누가 하는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드라마에서처럼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기도 하지만, 모든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이하에서는 어떤 경우에 국민참여재판을 하는지, 배심원들은 누구이고, 배심원들의 결정대로 판사는 판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란 


1화에서 우영우 변호사(이하 ‘우영우’)는 친구인 동그라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연습을 해야 한다며 도와달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러면서 동그라미에게 국민참여재판이 뭔지 아냐고 묻습니다. 동그라미는 이렇게 답하죠. “국민들이 참여하는 뭐 그런 느낌?” ^^ 동그라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좀 더 정확히 알아볼까요.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형사재판에 참여하도록 선정된 사람을 배심원이라고 하고, 이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을 국민참여재판이라고 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을 사법절차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제도인데요. 실제로는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드라마에서는 자주 등장하네요. 드라마가 아닌 현실의 법정에서는 어떤 경우에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있을까요.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피고인의 의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하기를 원하는지를 확인해야 하죠. 물론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고, 일정한 경우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배제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법 제9조).


또한 국민참여재판이 가능한 사건도 제한하고 있는데, 1심 합의부에서 심판할 수 있는 사건이어야 합니다. 합의부 사건은 3명의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사건을 말하는데요. 드라마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할 때 판사석에 3명의 판사가 있는 걸 보셨죠. 합의부에서 심판할 것으로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이나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정리하면, 다음의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됩니다.

1.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하기를 원할 것

2. 1심 합의부에서 진행하는 사건일 것

3.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이 없을 것


그럼 드라마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볼까요. 편의상 사건명을 붙여봤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좀 의아했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9화의 방구뽕 사건의 미성년자약취·유인죄는 보통 단독사건(판사 1명)으로 진행되거든요. 즉, 합의부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없는 사건이죠. 그런데 합의부에서 심판할 것으로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이라면 또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이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 제1호 참조).


배심원은 누가 되고무엇을 할까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국민참여재판법에 따라 선정됩니다. 각급 법원별로 배심원후보예정자명부를 갖고 있는데요. 법원은 이 중에서 배심원후보자를 무작위로 뽑아 배심원을 선정하는 날짜를 통지하고, 법원에 출석한 후보자에게 질문하면서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을 선정합니다. 여러분도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배심원후보자 선정 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배심원으로 참여하면 여비·일당도 지급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의 일원으로서 사법절차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죠.


드라마에서 보셨듯이 배심원들은 재판의 전 과정에 참여합니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이후부터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증인신문 등의 절차에도 참여하죠. 재판을 다 지켜본 후에 배심원들끼리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평의를 하고 유·무죄의 결론을 내립니다(평결). 평결이 유죄이면 배심원은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하여 토의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법 제46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검사나 피고인의 변호인은 판사뿐만 아니라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변론을 해야 하는데요. 실제로 배심원의 눈높이에 맞춰 재판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나 변호사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PPT를 준비하기도 하고 변론연습을 하기도 하죠. 더구나 통상 몇 달씩 걸리는 재판을 하루나 이틀 정도에 다 끝내기 때문에 준비를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배심원의 수는 왜 다를까


혹시 드라마를 눈여겨보신 분들은 등장하는 배심원들의 수가 사건마다 달랐다는 걸 보셨을 거예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배심원의 수가 9명일 때도 있었고 7명일 때도 있었는데요. 배심원의 수에 대해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대상사건에 대해서는 9인의 배심원이, 그 외에는 7인이 참여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달리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법 제13조).


사진출처: 네이버TV 캡처


판사는 배심원들의 평결과 의견을 따라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법에서 배심원들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신 배심원과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알려주고, 왜 다르게 선고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판결문에도 당연히 이점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요.


드라마에서 강도상해로 기소된 탈북자(계향심) 사건의 경우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하고 징역 4년에 처한다는 의견이었는데요. 판사는 피고인에 대해 징역 1년 9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죠. 유죄에 대한 결론은 판사와 배심원들의 의견이 같았지만, 양형은 달랐습니다.


또 장애인준강간 사건의 경우, 배심원들은 무죄(유죄 3명, 무죄 4명)로 평결했고 판사는 유죄(징역 2년)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서 강도상해 사건은 만장일치로 유죄였는데, 이 경우에는 무죄의 평결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는데요. 배심원들은 평의를 한 후에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에 따라 평결합니다. 유·무죄에 관하여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평결을 하기 전에 반드시 판사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다수결의 방법으로 평결해야 합니다(법 제46조). 그래서 드라마에서 비록 한 표 차이였지만 무죄가 다수여서 무죄로 평결을 내린 거죠. 그리고 판사는 이러한 평결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배심원들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던 겁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얼마나 걸릴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보통 재판이 몇 달에 걸쳐 열리는 반면 국민참여재판은 하루나 이틀에 끝납니다. 판결선고 역시 재판을 마친 당일에 하는 게 원칙이죠(법 제48조). 통상의 재판절차에서는 재판을 마치고(변론종결) 보통 한 달 정도 뒤에 선고하거든요. 재판이 길어진다면 배심원들을 수용할 시설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거고 비밀유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 해요.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이유


드라마 1화에서 70대 할머니가 다리미로 남편을 때려 살인미수죄로 기소된 사건이 나왔죠. 그 사건에서 정명석 변호사는 이런 말을 합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가자. 배심원들 마음에 호소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짠함(?)을 어필하기 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가 직접 나서죠.


변호사들은 무죄를 받기 위해서 또는 양형에서 감형을 받기에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진행합니다. 판사가 배심원들의 평결이나 의견에 따르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배심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긴 하니까요.


이상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앞으로 드라마가 6회 남았는데 국민참여재판이 나올 때 제가 말씀드린 부분을 상기하면 드라마 보는 또 다른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비해봤습니다. 드라마 보시면서 궁금하신 사항 있으면 언제든 말씀주시기 바랍니다. 로하우에서 궁금증을 풀어드릴게요. :)


※ 더 자세한 내용은 국민참여재판법을 참고해 주세요.



p.s. 잠깐 개인적인 소식을 전해드리면, 그동안 준비했던 <변호사의 글쓰기 습관> 책이 출간됐습니다. 말보다는 글이 편한 변호사로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드라마 속 변호사가 아닌 실제의 변호사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0561265




이 글은 로하우(LAWHOW) 뉴스레터에서 발행한 글입니다.


▼ 지난 로하우 뉴스레터 보기

https://page.stibee.com/archives/108387


▼ 로하우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08387

매거진의 이전글 스토킹은 더 이상 경범죄가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