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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rulean blue Aug 23. 2019

이렇게 아쉬움이 없는 이별이 있을까

20190808. 어린이집 퇴소기


  점심만 먹고 엄마가 데리러 온다는 사실에 이틀은 그래도 눈물 참고 가더니 오늘은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선생님한테 지온이 이제 어린이집 안 다닐 거예요~ 하고 말해야 돼서 오늘만 참고 가자고 했더니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지만 오늘은 어린이집 현관에서 두 팔 두 다리로 나를 꽉 끌어안고 놔주질 않았다.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면서 매달려 나를 올려다보는데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었다.

  역시나 담임선생님이 늦게 나오니 늘 아이들을 반으로 안내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아이 신발을 벗겼는데 아이가 생전 안 하던 발길질을 그 선생님한테 했다. 손을 뻗으며 엄마아아악!! 하고 우는데 담임선생님이랑 얘기를 해야 해서 일단 들여보냈고 담임이랑 얘기 나누는 시간 동안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늘 들어가면 금방 그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저렇게 엉엉 우는지 몰랐었다.

-지온이가 영 적응을 못하는 거 같아서 어떡해요~
-그래서요 선생님. 생각을 해봤는데 이게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거 같아서요. 지온이 데리고 있을까 해요.
-아.. 그렇게 결정하셨어요?
-네. 집에서 있을 때는 밥도 잘 먹고 낮잠도 잘 자고 하는데 어린이집 다녀오면 엄마 껌딱지가 되어서 아기처럼 행동하고 먹여달라고 하고 그러거든요. 많이 불안해하는 거 같은데 그게 일찍 데려간다고 해결이 안 될 거 같아요.
-네...
-그런데 11일이 최소 출석일수 맞죠? 그걸 채워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이 월초고 그래서 지온이가 정 힘들어하면 와서 출석만 찍고 가던지 하려고요.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께 말씀드려볼게요.

  그리고 얼마 후 전화가 와서 퇴소 시에는 출석일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되니 오늘자로 퇴소처리할 수 있다고.
아이 행복카드 가지고 오시라고, 특활 영어 수업 때 나눠준 책이랑 세이펜도 부탁드린다고. 전화를 끊으며 아이가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친구들하고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씀드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조금 가졌었다. 아이를 더 세밀하게 살 필테니 일 이주 만이라도 지켜보시면 어떠냐고 말해주기를. 그렇다 해도 더 보내진 않을 거였지만......
입소는 어려웠는데 퇴소는 너무 쉬웠다. 마치 나만 이 끈을 잡고 버티고 있었던 거처럼. 상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가위로 싹둑 잘라버려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끝내, 원장은 나와보지 않았다.

  다시 그 전 어린이집과 비교하기는 싫지만 참 그게 그렇다.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전 어린이집 원장님이 마지막 날 현관까지 나와서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어머니.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지온이 잘 키우시고 가끔 놀러 오세요"라고 한 말과 그 표정이 지금도 기억난다.


  잠시 후 아이를 데리러 가니 아이가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 나와 안겼다. 

선생님에게 인사드리자, 이제 어린이집 안 올 거라서 선생님 못 볼 거야. 마지막이니까 씩씩하게 인사할까?

아이는 선생님하고 눈을 맞추지도 않고 바닥을 보고 인사했다. 유모차에 낮잠 이불과 각종 물건들을 유모차 가득 싣고 나오면서 지온이한테 물었다.
-지온아 안 서운해? 이제 친구들하고 선생님 못 보는데
대답은 0.1초 만에 나왔다. 

-응, 안 서운해. 엄마 너무너무 덥다~ 우리 청포도 주스 마시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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