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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rulean blue Nov 09. 2022

육아, 아이가 아니라 나를 키우는 것


등원 준비하는 아이의 행동이 느릿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만이 아니었다.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옷 입는 속도도 늦어지고 유치원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도 느려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 지 일주일쯤 된 것 같았다.   시기쯤 되면 원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일은 적어지고 학기초 친구들을 사귀며 참고 배려하고 양보하느라 알게 모르게 쌓여오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터져 나오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한다.


희한하게도 아이 1학기 중후반, 2학기 중후반 무렵이 되면  지루해하고 한 템포 늦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 시기를 잘 넘기고 나면 방학 전까지 한 달가량은 다시 매일을 신나 하며 다녔다. 방학이 오는 것을 아쉬워하고 내내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반복해서 말할 만큼.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거랑 아이 입에서 실제로  이야기가 나오는 거를 듣는 거랑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그것이 친구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알면 말 그대로 순간 뇌 정지가 온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아도 그렇다. 하지만 숱한 시뮬레이션과 여러 육아 강의, 육아서들을 봐 둔 터라 최대한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했고 덕분에 호들갑 떨고 과하게 반응해서 아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는 야기되지 않았다. 다행히 얼마간의 울음과 하소연 뒤에 아이는 마음이 좀 추슬러진 듯 눈물을 닦고 스스로 옷을 입었다. 등원 길에는 흥얼흥얼 노래도 불렀다. 정작 온종일 마음이 불안하고 붕뜬건 나였다. 밥을 먹다가도 마음이 , 유튜브를 보다가도 한숨이  나왔다.


내가 아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아가 때부터 늘 ‘내가 다 아플게 넌 아프지 마라’했어도 아픈 건 아파야 끝나는 거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육아> 한자로 어린아이를 기른다는 뜻이지만 영어로 검색해보면 ‘infant care’ ’parenting’ 나온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는 infant care 아니라 parenting 훨씬   본질이 가깝다. 부모가 되어가는 .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결합한 아기씨를 엄마의 포궁안에서 사람의 형태로 키워 태어나게 하는 출산의 행위를 넘어서 계속 ‘배워가며’ , ‘성장하며’ 부모가 되어가는 , 이것이 진짜인  같다. 나보다 약하고 작고 보호받아야  어린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가르치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며 그것은 부모가 아니어도 누군가 대체해서   있는 것일 테니까.


진짜 부모가 되어가야 하는데 참 어렵다. 자신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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