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어울렸으면 좋겠어.
나는 고도근시입니다.
여덟 살에 쓴 첫 안경은
매년 빙글빙글 돌아
눈은 더 작아지고
부끄러움은 커졌어요.
큰 마음먹고
새 안경을 맞추러 갔어요.
쇼케이스 속
반짝이는 수 백개 안경
눈 덜 작아 보이는 안경
어디 없나요?
잘 보고 싶기도 하고
잘 보이고 싶기도 한 마음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안경테 사이
쓰는 것마다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 내가
빙빙 돌고 있어요.
이 안경은
다리 사이가 너무 짧아
렌즈 지름이 너무 길어
분홍색은 좀 과하군
어딘가 허전해
생각이 많아진
내가
또 생각해요.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기대하기보다
나도 안경에게
어울리는 자세를 좀 더
가져보자고
안경을 고르듯
누구를 만나도
우리가 서로 어울리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