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한 골목 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한 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불과 두 블럭 떨어진 곳.
활기로 가득한 시장 골목과
고갈비 골목을 지나면,
허름한 외관의 양지식당을 마주하게 된다.
이 식당은 올해 여름부터 눈여겨보던 곳이었다.
와이프에게 그동안
“이번에 한번 가보자”고 했지만,
늘 거절당하던 식당이기도 했다.
마침 부산 서구 컨텐츠를 핑계로
드디어 가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한 공기와 따뜻한 방바닥이
가장 먼저 반긴다.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뜨끈한 방바닥의
좌식 테이블이어서 그런지,
앉는 순간 어린 시절 할머니 댁이 떠올랐다.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 척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내와 나는 아구탕과 대구뽈찜을 주문했다.
들깨 고사리 무침, 시금치 무침,
짭조름한 갈치속젓이 곁들여진 알배추와
다시마까지 차려졌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정성스러움이 묻어났다.
“장모님 김치랑 비슷하다.”
내가 툭 던진 말에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찬들이 전해주는 소박한 맛이,
편안한 집밥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어우러진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했다.
옆테이블 아저씨는 한술 뜨더니
"역시 최고다." 이 한마디 하신다.
싱싱한 생아구라 그런지
살도 탄력있고 단맛도 좋았다.
대구뽈찜은 김유순 대구뽈찜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덜 자극적이었다.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고 달콤해,
밥을 자꾸만 부르게 만드는 맛이었다.
특히 매운땡초가 올라가 있어,
자극적인 향이 은은히 올라오면서도
과하지 않은 매운맛이었다.
(*땡고추[매운 고추]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특히 당근말랭이는 식감과 자연스러운 단맛으로,
뽈찜의 양념과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그 덕분에 아내와 나는
공기밥 네 공기를 먹어치웠다.
이곳의 따뜻함은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에서 전해졌습니다.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따님과 며느리,
문 앞에서 손님을 정겹게 맞이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세월이 만들어준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여유와 따스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양지식당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닌거 같습니다.
소박한 반찬, 따뜻한 방바닥,
그리고 오래된 기억 속 그리움까지 담아낸 한 끼.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정과 온기를,
가장 담백하게 보여주는 곳 입니다.
양지식당은 화려한 관광지나 번화가의
전문식당과는 다릅니다.
이곳은 한 가족이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온
정겨운 공간입니다.
홀에서 손님을 맞이하시는 할머니의 아드님은,
이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한가한 시간에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거나,
가게 앞에서 구름과자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예상 밖의 모습에,
순간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양지식당을 선택하셨다면 이러한 풍경 또한
이 식당의 소중한 일부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해서입니다.
지적하거나 트집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소박한 일상과 가족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37년 동안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장소이며,
이제는 그 할머니의 아들과
가족들이 함께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방문해 주신다면,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이곳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양지식당은 노련한 직원이 있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풍경,
그리고 정이 남아 있는 동네 식당 같은
공간입니다.
주방은 깔끔하고, 음식은 정갈하며
그 안에 담긴 따뜻함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부산 여행 중
진짜 현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찾고 계시다면,
이곳에서 소박한 한 끼를
경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양지식당에 앉아 밥을 뜨는 순간,
오래된 기억 속 따뜻함이 떠오르길 바랍니다.
▪ 상호 : #양지식당
▪ 개업년도 : 1987년
▪ 주소 : 부산 서구 구덕로119번길 31
▪ 오픈시간 : 11시 30분 - 21시 (매일)
▪ 주차장 : 자갈치 공영주차장 추천 (부산 중구 구덕로 93)
▪ 번호 : 051-242-0587
▪ 휴무 : 유동적인 편이므로 방문 전에 전화로 문의
▪ 주문한 메뉴 아구탕 (1.4) 대구뽈찜 (3.5) 2024년 11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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