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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부산 Nov 25. 2024

37년간, 힘을 숨긴 식당.

주목받지 못한 골목 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한 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불과 두 블럭 떨어진 곳.

활기로 가득한 시장 골목과

고갈비 골목을 지나면,

허름한 외관의 양지식당을 마주하게 된다.



이 식당은 올해 여름부터 눈여겨보던 곳이었다.

와이프에게 그동안

“이번에 한번 가보자”고 했지만,

늘 거절당하던 식당이기도 했다.


마침 부산 서구 컨텐츠를 핑계로

드디어 가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한 공기와 따뜻한 방바닥이

가장 먼저 반긴다.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뜨끈한 방바닥의

좌식 테이블이어서 그런지,

앉는 순간 어린 시절 할머니 댁이 떠올랐다.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 척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내와 나는 아구탕과 대구뽈찜을 주문했다.




곧 식탁 위로 

갓 담근 생김치를 시작으로,

들깨 고사리 무침, 시금치 무침,

짭조름한 갈치속젓이 곁들여진 알배추와

다시마까지 차려졌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정성스러움이 묻어났다.




“장모님 김치랑 비슷하다.”

내가 툭 던진 말에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찬들이 전해주는 소박한 맛이,

편안한 집밥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아구탕은 맑고 시원했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어우러진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했다.


옆테이블 아저씨는 한술 뜨더니

"역시 최고다." 이 한마디 하신다.



싱싱한 생아구라 그런지

살도 탄력있고 단맛도 좋았다.



김유순 VS 양지식당

대구뽈찜은 김유순 대구뽈찜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덜 자극적이었다.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고 달콤해,

밥을 자꾸만 부르게 만드는 맛이었다.



특히 매운땡초가 올라가 있어,

자극적인 향이 은은히 올라오면서도

과하지 않은 매운맛이었다.

(*땡고추[매운 고추]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특히 당근말랭이는 식감과 자연스러운 단맛으로,

뽈찜의 양념과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그 덕분에 아내와 나는

공기밥 네 공기를 먹어치웠다.


이곳의 따뜻함은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에서 전해졌습니다.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따님과 며느리,

문 앞에서 손님을 정겹게 맞이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세월이 만들어준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여유와 따스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양지식당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닌거 같습니다.


소박한 반찬, 따뜻한 방바닥,

그리고 오래된 기억 속 그리움까지 담아낸 한 끼.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정과 온기를,

가장 담백하게 보여주는 곳 입니다.




**글을 읽고 가기로 마음먹은 분들에게**

양지식당은 화려한 관광지나 번화가의

전문식당과는 다릅니다. 


이곳은 한 가족이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온

정겨운 공간입니다.


홀에서 손님을 맞이하시는 할머니의 아드님은, 

이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한가한 시간에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거나, 

가게 앞에서 구름과자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예상 밖의 모습에,

순간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양지식당을 선택하셨다면 이러한 풍경 또한

이 식당의 소중한 일부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해서입니다.


지적하거나 트집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소박한 일상과 가족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37년 동안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장소이며,


이제는 그 할머니의 아들과

가족들이 함께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방문해 주신다면,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이곳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양지식당은 노련한 직원이 있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풍경,

그리고 정이 남아 있는 동네 식당 같은

공간입니다.


주방은 깔끔하고, 음식은 정갈하며

그 안에 담긴 따뜻함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부산 여행 중

진짜 현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찾고 계시다면,


이곳에서 소박한 한 끼를

경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양지식당에 앉아 밥을 뜨는 순간,

오래된 기억 속 따뜻함이 떠오르길 바랍니다.




▪ 상호 : #양지식당

▪ 개업년도 : 1987년

▪ 주소 : 부산 서구 구덕로119번길 31

▪ 오픈시간 : 11시 30분 - 21시 (매일)

▪ 주차장 : 자갈치 공영주차장 추천 (부산 중구 구덕로 93)

▪ 번호 : 051-242-0587

▪ 휴무 : 유동적인 편이므로 방문 전에 전화로 문의

▪ 주문한 메뉴 아구탕 (1.4) 대구뽈찜 (3.5) 2024년 11월 기준


https://brunch.co.kr/@chdm018/6


https://brunch.co.kr/@chdm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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