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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부산 Nov 22. 2024

국밥 금지령 해제? 피순대 전문점 조광심의 특별함

단돈 2,000원의 감동, 김밥 한 줄에 담긴 따뜻한 마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국밥 생각이 난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국밥은 아무 때나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니다.


연애 초, 내가 국밥집 세 곳을

연달아 방문하며 생긴

"국밥 노이로제" 때문이다.


이후 아내는 국밥을 멀리했고,

그래서 국밥집 방문은 늘

그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날, 그녀가 먼저 말했다.

“조광심 갈래?”

국밥과 순대에 엄격한 그녀가 직접 고른 곳.

충렬사 근처에 자리한 조광심민속 왕순대다.


부산에서 보기 드문 전라도식 피순대를

맛볼 수 있다는 이곳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었다.



부산은 당면순대가 주를 이룬다.

쫄깃한 식감과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

익숙하게 즐길 수 있다.


반면, 조광심의 피순대는 전라도식으로

돼지창자 속에 선지와 부속 부위를 가득 채운다.


한 입 먹는 순간 부드럽게 풀리며

진한 고소함이 감돌았다.


막창순대, 오소리감투, 수육까지

한 접시를 받아 들고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내는 막창 안에 가득 찬 선지를 한 입 먹더니

조용히 말했다.


“이건, 고기보다 맛있네.”


그녀가 선지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이곳의 막창피순대는

선입견을 단번에 무너뜨릴 만큼

부드럽고 고소했다.



그리고 수육. 잡내 없이 촉촉하게 삶아져,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아내는 순대와 수육을 번갈아 먹으며 말했다.


“다 깔끔해. 잡내가 없으니까 순대도,

고기도 편하게 먹히네.”


이곳의 음식은 편안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다.



술국 하면 부산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연산교차로의 ‘오소리순대’.


그곳의 술국은 강렬하고 쿰쿰한 내장 향으로

마니아층을 사로잡는다.


조광심의 술국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들깨와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국물은

시원하고 가벼웠다.


부담스럽지 않게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아내는 술국을 떠먹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국밥도 괜찮다 싶어 지네.”
오소리순대가 묵직한 매력이라면,


조광심의 술국은 누구나 가볍게

시원함, 얼큰한 맛으로 먹을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우리는 두 곳의 술국을 비교하며

서로 다른 매력을 이야기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남사장님이 권한 모주를 주문했다.


직접 담근 이 모주는

은은한 계피 향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이거 코리안 뱅쇼네.”


아내의 말처럼,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이 한 잔은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다.


(예전에 해운대 신도시 장산에서, 대형 김밥집으로 이름 좀 날렸다고 하시며 자랑하는 사진들)


마지막으로,

사장님은 알리지 말라고 하셨던 메뉴가 있다.


메뉴판에 없는 마음 따듯한 메뉴 바로 김밥이다.


(이 날은 품절돼서 못 먹었지만, 이 걸 꼭 먹어보겠다고

와이프와 다음날 새벽 4 오픈런해서 사 먹은 김밥.)



한 줄에 단돈 2,000원. 가격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그 비밀을 알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동네에는 독거노인들이 많다.

주인은 새벽 4시부터 김밥을 싸며

이웃들이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내는 김밥을 한입 베어 물며 말했다.
“이건 음식이라기보다 마음을 담은 거네.”
그 한 줄의 김밥은 주인의 철학이 담긴 특별한 메뉴였다.




조광심민속 왕순대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다면,

그 특별함은 절반에 그쳤을 것이다.

이곳은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월요일마다

무료급식 봉사를 한다.

“밥퍼”라는 이름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봉사 활동을 이어온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로 봉사 방식이 바뀐 지금도 사장님은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해

삼성봉사단체와 협력하며 이웃에게 전달한다.


아내와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국밥을 뜨다 말고 잠시 눈을 맞췄다.


“정말 대단한 분이야.

힘들었을 텐데도 여전히 이렇게 하시다니.”


그날, 이곳에서 한 그릇의 국밥을 먹는 일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조광심민속 왕순대는

단순히 순대를 맛보는 곳이 아니다.


부산에서 보기 드문 전라도식 피순대는

익숙한 공간 속에서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했다.

술국은 오소리순대와 비교하며

각자의 매력을 발견했고,


김밥 한 줄은 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줬다.

모주의 달콤한 한 잔으로 우리는

이곳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날 우리는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음식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알게 됐다. 이곳은 단순한 맛집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라는 것을.

조광심민속 왕순대에서의 경험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참고로, 조광심은 부부사장님 중 누구의 성함인지 궁금해서

남 사장님께 여쭤보니, 나는 저런 촌스러운 이름 아니란다.

아내분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남사장님 로멘티스트.




상호 : #조광심민속왕순대

개업 연도 : 1995년

주소 : 부산 동래구 반송로 223

오픈시간 : 04:00 ~ 21:00

주차장 : 서원주차장 (부산 동래구 안락로 5) / 주차지원X

번호 : 051-527-3927

휴무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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