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풍경_ 우리는 한국어로 함께 뜨개질을 합니다.

by apricity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한국어 교실의 풍경은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문화가 다르기에 예절, 관습, 가치관, 역사, 사회, 종교 등 많은 부분들이 거칠게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갈등처럼 각 나라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름이 장벽이 되지 않고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뜨개질을 해보면 날실과 씨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다가 어느새 하나의 직물을 완성되는 과정을 봅니다. 이처럼 서로의 다름이 부딪히지 않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한국어'를 꼭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물론 같은 언어권의 학생이 공부하는 경우,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한국어 수업이 열린다면 현지 언어를 사용하면 빠르게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교실 환경은 다양한 언어권의 학생들이 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한국어 교사는 외국어를 잘해야 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저도 처음에 한국어 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영국에서의 경험이었기에 능숙한 영어 실력은 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가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익힌 경험이 있다면 매우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외국어 공부 경험을 떠나서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어 교실에서 교사는 한국어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외국어로 수업 내용이나 자료를 전달하는 상황이라면 교실에 있는 학생의 언어권별로 준비해야 합니다. 영어가 국제공용어이기는 하지만 한국어 교실에서는 영어를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보다도 한국어가 좋아서 멀리 유학까지 와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또 영어 공부는 재미없어서 포기했는데, 한국어는 재미있어서 새롭게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한국인 교사가 영어로만 접근한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요?


영어권 학생은 계속 영어에 의존하게 되고 비영어권 학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반에서 한두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라의 학생은 같은 나라 친구도 적어서 외로운데, 교실 상황마저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까지 익혀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영어가 능숙하지만, 한국어 교실에서는 절대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로만 소통합니다. 한글을 처음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이나 관련 사진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더 좋고 혹여 정확한 전달을 위해 영어 자료를 만들었다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 다른 언어도 함께 준비해서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 중 누구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씁니다.


우리도 외국에 갔을 때 한국어 안내문을 보면 반가울 때가 있지요? 학생의 마음도 비슷합니다.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배려한다면 학생도 선생님의 노력을 압니다. 물론 당연히 제가 모든 나라의 언어를 모르기에 번역기를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실수도 있지만, 학생은 그 실수로 인해서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선생님이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고마워합니다.


한국어 교실에서는 모두 함께 뜨개질을 합니다. 한국어라는 도구를 가지고 서로의 다른 생각과 문화가 교차합니다. 서로의 생각이 교류하며 연결됩니다. 역사와 정치, 종교로 서로 경계하며 거리를 두었던 우리의 마음도 계속 교류하며 오가는 시간을 지납니다.


'한국어'와 '한국어 교실'이 그 중간 지대이자 완충지 역할을 합니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공간과 시간이 허락되었습니다. 다르다고만 느꼈던 먼 타국의 친구와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공유합니다.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느새 우리는 함께 만들어가는 추억이 생깁니다.


학생들이 서로 이렇게 뜨개질을 해 나가는 동안 저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개성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교실에서는 '한국어 교사'라는 사명감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함께 어우러져 뜨개질을 잘 완성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영어 공부는 포기했는데, 한국어 공부는 재미있어요."
"영어는 못해서 힘들었지만, 한국어는 잘해서 칭찬을 많이 받아서 한국 생활이 좋아요."
"영어는 잘해도 칭찬받아 본 적이 없어요. 당연하게 여겨요. 그러나 한국어는 조금만 잘해도 한국 친구들이 한국말 잘한다고 반가워하고 칭찬해 줘요."
"OO 나라 사람과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요. 관계가 나쁜데 이번 학기에 친구가 되었어요."
"앞으로 계속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기분 나쁜 경험이 많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어느 곳에나 그런 사람은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있고요. 선생님한테 감사해요."


학기가 끝나면 어느새 학생들의 기억과 마음속에서 '한국어 교사'는 쉽게 지워지기도 합니다. 전공을 지도하는 교수도 아니거니와 취업이나 진학을 하고 나면 어느새 이 시간은 잊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남긴 인사와 말 한마디는 다음 수업의 자양분이 되고 힘들었던 시간을 치료해 주는 연고와 반창고가 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외국 학생들의 아름다운 한국어 뜨개질이 이어지는 교실 풍경을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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