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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주스 Jan 31. 2018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이종태

1) 좋은 인용구 필사


1금융이 세계를 지배할 

18) 이처럼 돈으로 돈을 사서 수익을 취하는 경제활동을 ‘금융’이라고 할 수 있다.

19) '자금 공급자'가 '자금 수요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런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을 것 이다. 어떻게 보면 은행 등 금융시스템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정보 비대칭 문제'를 최소화해서 서로 돈을 제공하고 제공받는 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20) 간접금융은, ‘자본 공급자’가 ‘자본 수요자’에게 금융 중개기관을 통해 돈을 제공하는 경우다.

21) 상업은행의 주된 업무는 예금을 받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 개인 등에 대출해서 예대 마진(수신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액)을 얻는 것이다.

22) 현금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어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정치적 권위를 기반으로, 현금이라는 종이쪽지에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현금을 가져가면 해당 가치에 걸맞는 물건을 살수 있다고 국가가 보증한다. 그러나 현금(중앙은행권)만이 통화일까? 그렇지 않다. 상품을 매입하거나 빚을 갚거나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 통화 혹은 돈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불능력', '결제능력' 자체가 통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2)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찍어 사회로 내보낸 현금(중앙은행권)의 총량(화폐 발행액)이 아니다.

29) 운용내역(대출 600억 원+채권 및 주식 투자 300억 원+지급준비금 50억 원+현금 50억 원)을 모두 합쳐서 재무관리학에서는 '자산'이라고 한다. 자산은, 자본금과 부채로 조달한 돈을 운용한 내역이다.

30) 대차대조표 왼쪽에서 자산을 통해 얻는 이익이 오른쪽에서 부채 때문에 물어야 하는 이자를 웃돌아야 수익이 난다.

33) '자기자본'을 이 '예상손실액'으로 나눈 것이 바로 자기자본 비율이다.

34) 채권은, 발행자가 '일정한 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겠다.'고 약속한 채무증서라고 할 수 있다.

42) 투자자(금융)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업의 가치는, 해당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72) 브레튼우즈 협정의 목표는, 각국이 멋대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변동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자국 통화의 가치를 달러화의 가치에 대해 고정시킬 의무를 지게 되었다. 한편미국은 달러화의 가치를 금의 가치(금 1온스=35달러)에 고정시켜야 했다. 말하자면 전 세계의 통화가 미국의 달러화를 매개로 해서 금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우주를 설계한 것이다. 이른바 고정환율제다.

77) 변동환율제 시대의 개막은 국제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신호였다.

77) 변동환율제에서는 각국의 민간 주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여러 나라의 통화를 사고팔면서 그때그때의 수요-공급에 따라 각국의 통화가치가 결정된다. 말하자면 고정환율제와 달리 여러 나라의 돈 가치가 끊임없이 변동하게 되는 것이다.

79) '유로금융시장은, 달러화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엔화가 일본 외의 지역에서 규제 없이 운용되는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83) 1990년대 이후: 유동성 과잉의 시대- 각국 정부들은 금융산업을 키우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금융에 대한 규제를 한껏 풀어주었다.

83) 금융기관들이 '빌리기'에 대한 규제도 완화되었다. 예컨대 '건전성 감독'의 완화다.

84) 그러나 이런 '과잉 유동성'과 '자산가격 폭등'의 시대가 오래 가기는 힘들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바로 그렇게 쌓인 거품이 폭발한 사건이었다.

85)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반 상식’이 있다. ‘자유시장의 상징’이라는 미국. 투자자는 ‘국경을 넘어, 규제의 어둠을 넘어’ 자유로워야 한다는 ‘사상의 조국’인 미국. 그런데 이 나라의 은행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혹시 알고 있는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식은 또 있다. 미국인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학력과 경력, 금융테크닉, 바다처럼 넓은 인적네트워크를 가졌다고 해도 미국은행의 이사가 되기는 힘들다. 도대체 왜? 미국 은행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90) 외환위기란, 그 나라의 기업과 정부·개인 등이 해외에 지급할 외환(사실상 달러화)을 구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90) IMF '구제금융'의 핵심적 목표는 파산 위기에 처한 국가를 살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나라가 빚을 갚기 전에 망하지 않도록 명줄을 잇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91) 당시 IMF 가 한국에 대해 내건 '구제금용 조건'은 어떤 것이었을까? 대표적인 것은 '자본시장 개방'이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 보유 한도'를 폐지하라고 한 것이다. ... 이 밖에 IMF는 공기업 민영화(공기업 팔아서 빚 갚으라는 것),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 인수 허용, 정리해고 자유화, 은행의 BIS8%, 기업부채비율 200% 등을 구제금융 조건으로 요구했다.

93)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의 기업과 은행은 강제 이혼 당했고, 각각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1997년의IMF 구제금융 조건은, 기존의 한국 경제 시스템을 뒤엎고 대기업들을 국제금융시장의 금융상품으로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94) 주주의 이익이 최우선시되는 경제 시스템이 '주주자본주의'다. 주주자본주의 질서에서 기업과 은행의 으뜸 목표는 '주가올리기'다.

95) 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위험 부담이 큰 장기·대규모·모험 투자는 기피 대상이 된다. 주주들이 볼 때 이런 투자는 수익을 얻을 때가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투자금을 모두 날릴 위험성마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을 경제 강국으로 끓어 올린 것은 반도체·자동차 등 장기·대규모·모험 투자였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11) 금융지구화가 진행된 1990년 중후반부터 2008년 세계금융위기까지는 ‘어메징마켓(신흥시장)’의 시대다. 특히 미국과중국 사이엔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금융-재화의 순환’ 시스템이 형성된다.

114) 이처럼 지구의 한쪽에서는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 다른 쪽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나고 유지되는 현상을 '글로벌불균형'이라고 부른다.

115) 다시정리하면, 그동안 미국은 한편에서 세계의 수출상품을 흡수하는 ‘소비의 풀’, 다른 한편에서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국제금융센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런 ‘구성’의 내적핵심엔 ‘미국 금융(산업 및 시장)’이 있고, 외적 네트워크로 이머징 마켓-미국 간 상품/금융의 순환‘이 존재한다.


2금융자본은 어떻게  호주머니를 강탈하는가 

123) 애플 창업자이자 ‘세상을 바꾼 상상력과 창의성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스티븐 잡스. 그의 좌우명은 “Stay Hungry Stay Foolish”였다. 해석하자면 “끝없이 배고파하고 끝없이 배워라!”는 뜻이다.

131) 일반 시민에게 ‘투자’란, 전망 좋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매입하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값이 오르면 성공이고, 내리면 실패다. 외부 상황이 투자의 성패를 결정한다. 그러나 행동주의 주주(Activist Shareholder)들은 ‘상황’ 그자체를 장악한다.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에서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159) 채권을 매입한다는 것은, 정해진 원금과 이자에 대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상환청구권)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즉 채권매입이란, 채권에 투자한 돈과 금융수익을 돌려받을 권리(상환청구권)를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이란, 이 같은 상환청구권을 ‘이중;으로 보장하는 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163) 이처럼 국내 부동산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은행권 부실'이 발생하고, 이것이 경기침체 및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 연착륙'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64) 가장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은 일자를 늘리고 소독을 높이는 것

164)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은 '채무 재조정'이다.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의 빚 일부를 탕감해주거나 만기를 연장하고분할 상환하게 하는 방법이다.

167) '은행이 빌리는 돈'의 성격을 바꾸면 어떨까. 은행이 돈을 고정금리로 오랫동안 빌릴 수 있다면 고객들에게도 '고정금리·장기 조건으로 대출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커버드본드의 기본 아이디어다.

171) 커버드본드는 이같은 유동화 채권의 일종이다. ‘유동화’자체는, 은행이 대출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처럼 은행이 운용자금을 풍부하게 마련할 수 있다면 일반 고객에게 ‘빌려주는 조건’도 개선(장기/고정 금리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동화 기법은 사용하되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제거하는 장치를 부착한 금융상품이 커버드본드라고 할 수 있다.

173) 또한 이런 법의 보호를 받으며 은행이 안정적으로 장기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만큼 금융위기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나올 수 있다.

176)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금융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받는 역할 이상을 하게 되었다.

187) 계약이란 양 당사자 간에 공정한 이익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180) 키코는 이런 선물환 계약을 변형한 ‘환헤지’상품이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피해를 헤지(분산 또는 회피)‘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란 뜻이다.

192) 민영화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민간자본이 인프라의 소유권을 매입하는 경우다. 이를 ‘완전 민영화’라고 부른다. 과거, 영국과 남미 몇 나라에서 채택된 적 있는 민영화 방식이다. 그러나 민영화에서 보다 널리 채택되는 방식은 ‘공공/민간 파트너십’이다. 국가가 민간 자본에게 일정한 기간(짧게는 2~30년, 실제는 100년 이상)동안 인프라 운영을 빌려준 뒤 그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195) 가급적 짧은 기간 동안 큰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금융자본이 '인프라 투자'라는, 매우 긴 기간에 걸쳐 수익을 회수해야 하는 불확실한 사업 영역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인프라 투자의 난점이다.

197) 그래서 인프라펀드는 거액의 투자를 감행하기 전에 과연 긴 세월 동안 적절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나름면밀하게 검토한다.

207) 후순위 대출이란 무엇인가? 기업은 자금을 주식을 판 자본금과 부채로 조달한다. 그런데 기업이 망하는(청산하는) 경우, 가장 먼저 돈을 돌려줘야 하는 대상은 채권자(돈을 빌려준 사람)다. 자본금을 낸 주주는 그 기업의 주인으로 간주되므로맨 나중에 남은 돈을 받는다. 그런데 주주와 거의 같은 자격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바로 후 순위대출이다. 높은 이자를 받는 대신, 해당 기업이 청산되는 경우 ‘가장 나중에’(후순위)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순위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기업이 망했을 때 대출금을 돌려 받지 못해도 좋다는, 매우 책임성 높은 태도다.

211) 즉, 메트로9는 부실해져야만 주주들에게 더 많은 금융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인 것이다.


3돈을 굴리는 세상돈이 굴리는 세상

215) 우선, 기업이 금융자산으로 전락했다. ‘기업 그 자체’가 자본시장(주식,채권 등이 거래되는 시장)을 통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존재형태를 바꾼 것이다. 금융자산이 된 기업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을 늘리거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자사의 기업(주식)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227) 그렇다면 양적양화란 무엇인가? 양적양화에서 양은 ‘통화(돈)의 양’을 의미한다. 완화는 문자 그대로 ‘푼다’혹은 ‘늘린다’는 의미다. 즉, ‘통화의 양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양적완화다.

228) 이에 비해 통화정책의 목표는 금리를 낮춰 시중에서 돈이 많이 돌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감녀 민간경제 주체들은 그만큼 쉽게 돈을 빌려 투자나 소비에 사용할 것이다. 금리를 내리려고 선진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정책수단이 바로 ‘공개시장조작’인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보유한 국채 등을 일정한 규모로 사들이는 조치다.

232) 그래서 양적완화는 흔히 ‘경기부양의 최후수단’으로 불린다.

235) 국채는 국가가 돈을 빌리는 대신 주는 증서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 매각할 때 원금과 함께 어느 정도의 이자를 만기일까지 줄것인지 미리 기입해 놓는다. 국채를 갖는다는 것은 만기일까지 원금과 미리 정해진 이자를 받을 권리를 보유하는 의미다.

235) 이처럼 ‘받을 돈’이 결정되어 있는 반면, ‘국채가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국채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한다. 그래서’국채수익률‘도 계속 변한다. ’국채수익율‘이란 국채를 샀을 때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것이다.

236) 즉, 국채가격이 오르면 국채수익률은 떨어진다.

237) 요약하자면 양적완화는 시장이자율을 낮추고 실물 경기와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으로도 정리할 수 있다.

240) 미국의 양적완화로 늘어난 자금은 대형 은행과 대기업 사이에서만 돌아다녔을 뿐 서민경제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248) 외환위기란, 한마디로 해외에 지급해야 할 외환이 모자라다는 이야기다.

252) 이 같은 세계 자본주의 체계의 핵심구조가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는 걸 의미한다. 향후 10년은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2) 이 책은


저자 이종태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현실사회주의엔 몹시 회의적이었다. 『말』지 기자 시절, 북한 관련 기사를 쓰면서 사회주의 이론과 현실 간의 ‘용서할 수 없는’ 간극을 느낀 바 있다. 이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금융 세계화’와 국가경제 사이의 관계를 길고 지루한 보고서들로 만들어내다가, 2009년부터 『시사IN』에서 다시 기사를 쓰고 있다. 국제경제팀장으로 북한 경제에 대한 관심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가 있으며, 『쾌도난마 한국경제』 『한국 사회와 좌파의 재정립』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이종태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듯하여 찾아보니 2005년에 구입해서 책장 한 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의 공저자였다. 당시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개그우언 김미화와 작가 장정일이 진행하던 KBS 교양 프로그램<TV, 책을 말하다>에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박사가 출연해서 한국경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걸 보게 되었는데 그들이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먹지는 못했지만 왠지 호기심이 생기고 알아야 할 거 같아 그 책을 주문했던 적이 있다. 그 좌담집에서 질문을 던지며 사회자 역할을 했던 이가 이 책의 저자이다.


저자는 “금융은 우리가 그냥 모르고 살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며 "금융에 무지하기 때문에 ‘기분 나쁘지만 똑똑한 녀석’들에게 속고 사는 건 억울한 일"이니 "금융이라는 복잡하고 낯선 영역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어떤 금융상품 또는 어떤 금융정책이 자신에게 이익이고 불이익인지 알고 작게는 자신의 경제생활에, 크게는 정치적 선택에 그 지식을 활용해나갈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책을 읽으니 <시사인>의 경제 심층기사를 시리즈로 읽는 느낌도 들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고 지루할 수도 있는 주제인데 경제 관련한 기반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도 읽어가는데 어렵지 않을만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해 그 원인과 과정, 결과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3) 책에서 배우다  

1. 금융이 어떻게 지금의 위상으로 성장했는가에 대한 이해.

브레튼우드 체제가 붕괴되는 원인과 과정, 71년 금태환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 시대가 펼쳐지며 여러 나라의 통화를 사고 팔면서 가치변동에 따른 이익을 취하는 게 가능해지고, 오일쇼크 때 아랍 산유국의 엄청난 달러를 유럽 금융기관들이 운용하면서 금융의 지구화가 시작되고 모든 사물을 금융자산화 하는 시대, 금융이 패권이 차지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무역, 환율, 국채 등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한국 등의 지구 경제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이있게 다루고 있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 이  책 역시 한 번 읽고 끝내긴 아깝다. 반복해서 읽을 것이고 친한 지인들에게도 추천할 생각이다. 


2. 주주자본주의에 대해

‘해당 기업이 투자자의 요구에 대해 얼마나 많은 돈으로 보답할 수 있는가’로 평가되는, 기업 경영의 최대 목표가 ‘주가 올리기’인 시스템에선 고용을 창출하고 매출 규모를 늘리고 수출을 많이 하는 건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린다. 주가의 등락에 따라 경영자의 성적이 평가되고 그의 진퇴가 좌우되므로 경영자들도 기업가치의 다른 말인 주가를 올리기 위해 고용을 유연화 하고 부품업체 등을 해외 아웃소싱으로 돌린다. 대형 투자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따위의 금융자본이 기업 경영을 유도하는 주주로서 위력을 떨치는 주주자본주의가 곧 금융자본주의이다. 초국적 대기업, 거대자본은 전세계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 ‘노동자 쇼핑’에 나서고 있고 선진국의 노동자들은 격심한 일자리 감소를 겪는다. (가난해진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대출을 받고 금융 자본은 거기서 또 엄청난 이자수익을 남기고...... )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2003년 외환은행을 2조1,500억원에 사들여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00억원을 받고 팔면서 ‘헐값 인수 뒤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an Star Funds) 사건이 떠오른다. 주주 배당과 매각 차익 등을 합친 론스타의 투자 수익이 4조 6,600억원 이상 추산된다고 하던데 말 그대로 ‘국부유출’이고 책에서 강조한 주주자본주의와 금융자본의 탐욕스런 모습과 피해의 생생한 사례인듯 하다. 


'자본주의는 완전하진 않지만 가장 문제 적은 경제체제'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진화해온 자본주의의 현재 모습은 분명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있고 어두운 면이 사실 작지 않다. 주주와 거대 자본의 탐욕에 의해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 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 모순이고, 그런 점은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간단하지 않은 테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나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경제 관련 책 몇 권 읽은 정도의 내 수준에서 복잡한 거대담론에 대한 명쾌한 대안을 생각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소시민인 나는 현실세계를 변화시킬 힘도 미약하다. 


3. 나 개인은 어떻게?

‘아... 그랬군. 그런 일이 있었네’하고 이 책이 언급하는 국가적, 세계적 사건과 변화의 흐름을 흥미있게 따라가지만 한편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이 거의 없거나 제한적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대부분의 평범한 생활인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원인과는 무관하다. 성실히 자기의 일을 하며 사는 다수의 개인은 세계적인 경제 이슈의 파도, 소용돌이 속에서 영향받고 휘청댈 수 있지만 국가적, 세계적 흐름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문득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지식을 쌓고 원리와 흐름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게 일정 부분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선은, 외환위기를 대비해 국가 차원에서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듯, 흉년의 때를 대비하여 곡식을 비축하듯,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극심한 불황 또는 내 밥벌이 분야에 예상못한 어려움이 닥치는 순간 삶과 가정이 무너지지 않을 수준의 여유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게 무척 중요하겠다. 

정신적, 정서적 차원에서도 외부의 요인에 흔들리고 휘둘리지 않을 중심이 필요하다. 서버(server computing)의 생명은 안정성이고 프로그램도 네트웍이 끊기건 트래픽이 폭주하건 안정적으로 돌도록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안정성은 많은 분야, 심지어 개인의 멘탈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경제에선 ‘변동성’이란 표현을 쓰던데 개인도 '경제와 정신'의 변동성을 잘 관리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결국은 실력이다. 실력은 위기 때에 차별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한편으론 금융의 바다를 헤엄쳐서 물고기를 잡듯, 적정 수준의 금융수익을 만들어낼 방법을 익히고 찾으려는 노력도 중요하겠다. 과욕은 경계해야겠지만 합리적 수준에서 금융상품 투자를 통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힘써야 할듯하다. 




이 책에서 맥쿼리 인프라로 대표되는 인프라펀드의 수익추구와 공공성의 문제(2012년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시도 사례)를 지적했는데 맥쿼리에 대한 여러 비판적 이야기는 과거에도 여러 곳에서 들은 적이 있다. 최근 네이버의 한 주식투자 카페에 가입했는데 그곳에는 맥쿼리 인프라에 투자한 사람이 엄청 많은듯 했다. 수천에서 수억 이상을 맥쿼리에 투자해서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나도 맥쿼리 주식을 좀 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맥쿼리의 문제는 문제이고 ‘내’가 주주의 입장에서 수익이 된다면 나도 내 이익이 극대화 되는 방향을 선호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극단적으로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의 문제를 살펴봤지만 '나', '내 이익'과 연관지어지면 내 이익을 우선하는, 그야말로 이중적 태도, 양가(兩價)적 모습이 내게도 존재한다. 




4) 꼭 기억할 인용구  


72) 브레튼우즈 협정의 목표는, 각국이 멋대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변동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달러화의 가치에 대해 고정시킬 의무를 지게 되었다. 한편미국은 달러화의 가치를 금의 가치(금 1온스=35달러)에 고정시켜야 했다. 말하자면 전 세계의 통화가 미국의 달러화를 매개로 해서 금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우주를 설계한 것이다. 이른바 고정환율제다.

77) 변동환율제에서는 각국의 민간 주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여러 나라의 통화를 사고팔면서 그때그때의 수요-공급에 따라 각국의 통화가치가 결정된다. 말하자면 고정환율제와 달리 여러 나라의 돈 가치가 끊임없이 변동하게 되는 것이다.

91) 당시 IMF 가 한국에 대해 내건 '구제금용 조건'은 어떤 것이었을까? 대표적인 것은 '자본시장 개방'이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 보유 한도'를 폐지하라고 한 것이다. ... 이 밖에 IMF는 공기업 민영화(공기업 팔아서 빚 갚으라는 것),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 인수 허용, 정리해고 자유화, 은행의 BIS8%, 기업부채비율 200% 등을 구제금융 조건으로 요구했다.

93)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의 기업과 은행은 강제 이혼 당했고, 각각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1997년의 IMF 구제금융 조건은, 기존의 한국 경제 시스템을 뒤엎고 대기업들을 국제금융시장의 금융상품으로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171) 커버드본드는 이같은 유동화 채권의 일종이다. ‘유동화’자체는, 은행이 대출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처럼 은행이 운용자금을 풍부하게 마련할 수 있다면 일반 고객에게 ‘빌려주는 조건’도 개선(장기/고정 금리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동화 기법은 사용하되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제거하는 장치를 부착한 금융상품이 커버드본드라고 할 수 있다.

192) 민영화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민간자본이 인프라의 소유권을 매입하는 경우다. 이를 ‘완전 민영화’라고 부른다. 과거, 영국과 남미 몇 나라에서 채택된 적 있는 민영화 방식이다. 그러나 민영화에서 보다 널리 채택되는 방식은 ‘공공/민간 파트너십’이다. 국가가 민간 자본에게 일정한 기간(짧게는 2~30년, 실제는 100년 이상)동안 인프라 운영을 빌려준 뒤 그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215) 우선, 기업이 금융자산으로 전락했다. ‘기업 그 자체’가 자본시장(주식,채권 등이 거래되는 시장)을 통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존재형태를 바꾼 것이다. 금융자산이 된 기업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을 늘리거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자사의 기업(주식)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227) 그렇다면 양적양화란 무엇인가? 양적양화에서 양은 ‘통화(돈)의 양’을 의미한다. 완화는 문자 그대로 ‘푼다’혹은 ‘늘린다’는 의미다. 즉, ‘통화의 양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양적완화다.

228) 이에 비해 통화정책의 목표는 금리를 낮춰 시중에서 돈이 많이 돌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감녀 민간 경제 주체들은 그만큼 쉽게 돈을 빌려 투자나 소비에 사용할 것이다. 금리를 내리려고 선진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정책수단이 바로 ‘공개시장조작’인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보유한 국채 등을 일정한 규모로 사들이는 조치다.

235) 국채는 국가가 돈을 빌리는 대신 주는 증서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 매각할 때 원금과 함께 어느 정도의 이자를 만기일까지 줄것인지 미리 기입해 놓는다. 국채를 갖는다는 것은 만기일까지 원금과 미리 정해진 이자를 받을 권리를 보유하는 의미다.

235) 이처럼 ‘받을 돈’이 결정되어 있는 반면, ‘국채가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국채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한다. 그래서’국채수익률‘도 계속 변한다. ’국채수익율‘이란 국채를 샀을 때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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