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명의 작가 Apr 02. 2019

우연상점

하나

인기 있는 것들에 질린지는 워낙 오래되었지만, 꽃처럼 모두에게 ‘스르르-’ 를 선물하는 따뜻한 존재에도 유행이 있다는 건 좀체 거스르기가 어렵다. 내가 그걸 좋아하지 않을 방도가 어디에 있을까? ‘전혀 없다’에 가까운 답 앞에서는 숨기지 못한 꽁무니도 귀여울 뿐이야. 후다닥 도망칠 바에는 그대로 귀여운 게 낫지.


날이 풀리고 모두에게 ‘봄’이라는 글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씩 찾아왔을 때, 내가 가장 처음 만난 ‘만개한 존재’가 바로 미모사였다. 그 날 걸었던 작은 골목 안에는 책방도 있고 작고 예쁜 카페도, 고운 장신구를 파는 사랑스러운 가게도 있었다. 그 곳에 아마도 모두에게 다정한 꽃집이 있었을 것. 지금 가장 인기일 수밖에 없는, 가장 예쁜 꽃이 바로 미모사였을테고 모두의 눈에 가장 밝은 채도로 반짝이고 있었겠지. 자신을 한아름 안고 가지 않으면 내내 생각 날 거란 듯이!

작은 골목 안 모든 상점 앞에 그 꽃이 놓여 있었다. ‘여기 잘 왔어요, 여기에도 있어요’ 하며 노랗게 흔들리는 모습에, 그 하루쯤은 거뜬히 행복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쁘고 향긋한 것이 맘에도 가득해져서 조금은 들떴던 그 오후.


2019.03.17
연남동에서



은엽아카시아 Mimosa : 만지면 움츠러드는 식물.
‘예민한 마음’, ‘부끄러움’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삶은 잎, 새싹, 씨앗은 먹을 수 있고, 뿌리에서는 수액을 받을 수 있다. 플로리스트들은 화훼장식용으로 즐겨 사용한다. 향기가 좋고 꽃의 아름다움도 정평이 나서 손질한 가지를 묶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거꾸로 매달아 두기만 해도 쉽게 드라이플라워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직업 없음을 견디는 21세기의 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