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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 Aug 07. 2024

지은이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책에는 담지 못한 마음들

어찌 보면 버려진 글이지만

달리 보면 거름이 된 문장들.



구조 신호

풀잎이 빗물에 몸을 씻듯
바람에 마음을 맡겨 보세요.
 
언젠가 그를 용서하게 될 거예요.
언젠가 그 일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나에게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해야겠죠.

그저 ‘잡음’이라고 무시했던 소리가
잠시 ‘혼선’이라며 흘려보낸 소리가
어쩌면 내 안의 내가 보내고 있는
‘구조신호’ 인지도 몰라요.







아픔을 통해 배우다

실수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가장 뛰어난 선생님인 건 사실이죠.
실패를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통과해야만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있죠.

상실이 오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그를 통해 우리는 인연의 귀함을 깨달아요.
절망할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그를 통해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죠.

난쟁이버들은 엎드려 자라는 법을 배웠기에 넓어지고
변경주 선인장은 느리게 자라는 법을 배웠기에 단단하죠.
생에는 고통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만
아픔은 언제나 선물을 두고 간답니다.

 








언젠간 별이 진다네

농부의 새벽을 연 그대여
어느 길로 가도 노을은 온다네.

백주의 전투를 치른 그대여
어느 길로 가도 밤은 온다네.

가로등 아래 쓸쓸히 걷는 그대여
어느 길로 가도 아침은 온다네.

어느 길로 가도 꽃은 다시 피고
어느 길로 가도 봄은 스러진다네.

어김없이 새로운 날이 밝지만
언젠가는 막다른 곳에 이르는 것이 삶

어떤 길을 택하건 그곳이 그대의 세상
오늘의 세계를 껴안아주게
지금부터의 발걸음이 여행이 되도록  











등장인물의 운명은 당신 손안에

그 사람을 놓아버리면
세상이 끝나버릴 것 같았지만
새로운 삶이 시작될 뿐이더군요.
인생의 동반자, 피를 나눈 가족, 유일한 친구와도
이별하고도 살아갈 수 있는걸요.

당신을 힘들게만 하는 그 사람?
직장 상사나 후임?
오지랖 넓은 친척?
학교 선배나 동네 언니?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 마세요.  

인생에 확실한 것은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그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필요 없어요.
어서 이 시간이 끝나길 기다릴 이유도 없어요.
언제든,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에게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어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이해하면 되고
이해하기 힘든 사람은 존중하면 되고
존중할 수 없다면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무시할 수 없다면 끝내버리세요.

운명조차 박탈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힘이
당신에게 깃들어 있어요.

모든 관계에는 수명이 있지요.
이것 역시 지나갈 테죠
그러나 당신 손으로 끝내야만
마주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답니다.

어차피 삶은 끝나고
우리 모두는 죽어요.
도대체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요.

당신이 바로
이 세계의 주인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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