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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 Jun 18. 2019

대충 유원지에서 대충 있는 하루

연남동 대충 유원지에서...

 오늘은 연남동 대충 유원지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실은 오늘이 아니다. 6월 5일에 쓰다가 다 못 쓴 글을 이제야 쓴다.) 나는 드디어 커넥츠 비밀모임을 만들었다. 계획서를 쓰고 수정하는데 게으름 피우다가 6월이 다 되어서 완성했다. 하하;; 원래 5월 안에 개설하면 30만원 지원금도 받기로 했는데, 커넥츠 업체에서도 피드백이 늦고 나도 늦었다. 그래서 6월 5일이 되어서 개설한다. 연락해서 달라고하면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미 6월 12일이다. 그래도 모르니 한 번 얘기해볼까?

대충 유원지의 내가 앉은 바에서 보이는 각도 사진

 나는 이 곳은 독특한 구조의 카페다. 큰 바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고 바 테이블에 커피 도구와 음료 집기들이 놓여있다. 그 테이블에 손님도 앉을 수 있다. 나는 바 테이블에 앉아 중간 중간 글을 쓰다가 멈춰,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님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바리스타님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커피를 어떻게 내리나 지켜봤다. 분명 나를 의식할 법도 하신데,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할 일만 묵묵히 했다. 아마 이런 일에 익숙한 모양이다. 

 내가 커피에 빠져있던 시절, 이런 바 테이블의 카페는 바리스타들의 로망 같은 거였다. 그들은 고객과 대화를 하며 커피를 나누길 바랬다. 그런 로망이 있는 카페 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보통은 고객들이 바리스타가 부담스러워 구석으로 피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그런 구석이 별로 없다. 카페 인테리어를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어느순간부터 카페 바 안에서 일하는 걸 기피했다. 1달간은 재미있지만, 매일 같은 실내에서 하루종일 바 안에서 근무하는 건 지루하다. 근데 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분들이 일하는 것을 보니 오랜만에 바 안에서 일을 하고 싶어졌다. 바 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과 카페의 고객으로 가는 느낌은 너무나 다르다. 카페의 고객은 철저히 이방인이지만, 바 안으로 들어가는 자격을 얻는 순간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카페의 바 하나로 카페에 소속되는 자와 카페에 소속 되지 않는 고객으로 나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다. 같은 공간에 숨을 쉬며 존재하지만, 바 하나로 인해 완전히 느낌이 달라진다. 

 대충 유원지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일명 '아아'의 자태를 봐라. 참... 커피스럽다. 이곳은 커피와 전혀 다른 명칭을 블랜드 이름으로 지어놨다. '철근' '콘크리트' '시멘트' 였던가? 여튼 내가 먹은 블랜드는 '철근'이다. '철근'블랜드는 가장 산미가 강해서 내가 항상 먹는다. 

 대충 유원지는 정말 신기한 리필 문화를 가지고 있다. 2,000원의 추가 금액을 내면 주류를 제외한 모든 음료가 리필이 가능하다. 이런 곳은 처음봤다. 나중에 한 번 주스를 시켜 먹어봐야겠다.

 

 연예인 유노윤호씨가 말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벌레는 대충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 대충 유원지는 대충 이지만 매력적으로 와닿았다. 이 곳은 컴퓨터를 들고 일하러 갈 때 좋은 분위기를 주는 곳 같다. 글을 작성할 때 다시 한 번 가야겠다. 아주 가끔은 사람에게 대충이라는 벌레도 좋은 휴식을 준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대충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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