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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 Jun 02. 2019

의미없는 글

19년 06월 02일 연남동에서

 할 일이 이것저것 많다. 약 2주전부터 열심히 달리다가 넉다운이 됐다.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 나는 이 상태를 넉다운이라 한다. 오늘은 연남동을 돌아봤다. 나는 항상 목적성이 있는 발걸음을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목적성이 있는 발걸음을 했다. 냉면이 먹고 싶어, 홍대 미정국수에서 냉국수와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고 저기... 나만의 비밀장소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하며 다이어리에 글을 쓰고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주말이여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 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거리를 좋아한다. 

그래도 오늘은 대학교 시험을 보고 카페 컨설팅 관련 페이지를 어떻게 만들지 구상하고 약간의 수정을 했다. 더 수정을 해야하지만,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아 때려쳤다. 누군가를 불러 같이 시간을 보낼까하다 오늘은 혼자 시간을 보낸다. 

 나의 비밀 카페에 가서 오는 길, 나는 한 번도 본 적없는 골목으로 돌아선다. 목적지가 있었지만 한 번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서자고 결심을 했다. 작은 반항과 함께 모험을 해보는 거다. 나는 어릴 적부터 혼자 있을 때면 이런 모험을 자주 했다. 전혀 모르는 길로 들어서서 천천히 걷는 것. 그렇게 걷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흥미로운 걸 마주했다. 독립서점 앞에 한 남성분이 책들을 좌판에 펴놓고 앉아있었다. 그냥 슬쩍보고 지나가려는 찰나 남성분은 나에게 말을 했다. '책 보고 가세요.' 지금 나는 모험을 하고 있는 모험가기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네!'라는 밝은 톤으로 답변을 하고 좌판으로 갔다. 

 나는 좌판에 놓여진 책들 중 하나를 집어들어 보았다. 좌판에 있는 책은 전부 한가지 책이었다. 나는 책을 30초 정도 훓어보다가 궁금한 게 물어 질문하려는 찰나, 남성은 나의 질문을 눈치챈 듯 먼저 나에게 말을 했다. '지금 읽으시는 책은 제가 쓴 수필이예요. 원래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가 틀어져 독립 출판을 하게 됐어요.'  수필은 날짜 별로 적혀있었다. 나는 무의식 중으로 그를 칭찬했다. 일단 내가 하지 못하는 걸 누군가 하면 다 좋아보인다. 하지만 넉다운이 된 상태에서는 별로 대단해보일 것이 없다. 모든 게 의미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칭찬을 하는 나를 보며 이 정도면 그냥 습관인 거 같다. 그는 자신의 일대기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첫번째 책, 두번째 책 마지막 내가 펴 읽고 있는 세번째 책. 자신은 2015년부터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을 쓰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순간 '훗 우여곡절 면에서는 내가 더 선배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웃기지만, 진짜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남들보다 잘나고 이기고 싶었던 걸까? 그건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나는 순간적으로 나의 친한 친구가 자신이 출판사를 하고 싶다는 게 생각났다. 자신의 출판사에 내가 만든 다이어리를 독점으로 출판하고 싶단다. 참 고아운 친구다. 그 말이 생각나 독립 출판에 대해 남성분에게 물었다. 그러니 그 남성은 독립 출판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나는 그 설명을 듣고 잊고 있던 내 작품이 떠올랐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라며 내가 인쇄한 다이어리. 프로토 타입으로 100부를 인쇄했는데, 약 50부 정도는 아직 곤히 잠자고 있다. 순간적으로 출판사를 어떻게 해야 될 지 머리가 순간적으로 돌아가는데... 이 기질은 어떻게 할 수 없나보다. 넉다운된 와중에도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니, 머리를 굴린다. 

 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 나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왠만하면 나에게 많은 정보를 준 그에게 책 하나를 사줄 법 했지만, 나는 일단 돈이 없고, 고마움의 표시로 사는거지 작품이 좋아서 사는 게 아니므로 작가에 대한 실례가 될 것 같아 사지 않았다. 

 나는 나의 목적지인 한스 크래프트에 왔다. 

지금 나는 맥주를 한 잔하며 글을 쓰는 중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나의 일상을... 이 일상을 쓰기로 생각한 건 수필을 작품으로 내는 남성을 보고서 생각했다. 나의 일상이 쌓이면 그것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글을 쓴다. 초여름 맥주를 마시며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니, 기분이 좋다. 

 지금 이 글 제목을 아무 의미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 어떤 것이든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있을까? 가끔 나에게 누군가 자신의 직업이나 꿈을 못 찾겠다고 묻는다. 남들이 봤을 때 나는 꿈을 찾아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그럴 때 나는 꼭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원대한 꿈이나 직업이여야 하냐고 묻는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내가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뿐이다. 아마 오늘 글을 쓰는 그 남성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기에 주위에서 어떤 말을 해도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단지 세상 속에서 돈을 많이 벌어야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마 남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의 목표를 아는 사람 중, 유일하게 내 여자친구만이 내가 하는 일을 속세에 찌든 일로 바라본다. 참... 가장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이렇게 비춰지다니...허허) 나는 어릴 때부터 장사꾼의 기질이 다분했다. 아직도 기억하는 게 초등학생 때 애들이 노는 놀이터에서 내 장난감을 가지고 펼쳐놓고 장사를 했다. 나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지금도 그게 재미있어서 사업을 하려 하는 것이다. 말이 사업이지 말하자면 장사와 다름없다. 

 나는 지금 넉다운 상태지만, 무언가 정보를 듣는다며 어떻게 팔 지 머리가 알아서 굴러간다. 그리고 그것에 재미를 느낀다. 당신에게 있어 그런 것은 무엇인가? 들으면 힘든 상태에도 머리가 굴러가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 그것이 꼭 돈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가 흥미롭고 좋아하는 것을 해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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