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이지상 Apr 01. 2019

표절과 저작권이란?

여행기 등의 대중서에서 표절과 저작권의 문제


1. 표절이란?    


 표절이란 ‘남의 글을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자기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다.


 아주 간단한 얘기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전개된다. 언어 속에서 내 것과 네 것이 쉽게 나눠질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독창적인 것이란 과연 있을까?

  언어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 담겨 형성되며 우리는 그것을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배운다.

  어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그 언어권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과 세계관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며 바이스게르버의 말처럼 우리는 언어의 장막 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글들도 어디선가 본 느낌을 줄 때가 많고 자신이 쓴 글도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롤랑 바르트는 “저자의 죽음”이란 표현까지 쓰며 텍스트는 저자가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작품의 기원과 창조자는 저자가 아니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행간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의미 없고 이제 텍스트의 통일성은 저자가 아닌 독자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남의 글을 갖다 쓰고 숨기는 표절 행위가 정당화될까?

 예전처럼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시와 노래가 통용되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자기 작품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면 모르겠다. 그런데 남의 것을 도둑질해서 자기 것으로 탈바꿈한 후 그걸 통해 자신의 명예와 금전을 챙긴다면? 알면서도 그런다면 그것은 표절이며 부끄러운 짓이다. 그것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말이나 '저자의 죽음'과 같은 말로 정당화될 수 없는 도둑질이다.


 그럼 현실적으로 표절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2008년 2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마련한 ‘논문 표절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 남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 표시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짜깁기 등 구체적인 예를 들어 표절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


 이것은 학술적인 논문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그럼 대중서의 현실에서는 표절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아쉽게도 엉망진창이다. 기준도 의식도 별로 없다. 그냥 말 좀 바꿔서 쓰면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적당히 갖다 쓰고 자기가 쓴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가 많다. 표현도 정보도 생각도.

 이런 상황은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책뿐만이 아니라 남의 블로그, 인터넷 등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남의 생각과 표현을 수집하여 적당히 각색한 후, 자기 것으로 둔갑시키는 예도 허다하게 많다. 그렇게 자기가 하는 것은 '취재'고  '벤치마킹'인데  만약 그렇게 해서 자기가 '만든 것'을 남이 적당히 각색하여 쓰면 이젠 '표절당했다'라고 흥분한다. 이런 예는 무수히 본다. '내로남불'은 모든 분야에서 발견된다.


 대중서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많은 책들이 어디선가 나오고 있으며 그것을 다 감시할 수도 없다. 또한 표절에 대한 교육도 학교에서 받지를 못했다. 결국 당사자가 고소하지 않는 한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학술 논문도 그런 표절이 종종 튀어나오는데 대중서에서는 오죽할까?

 결국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반듯하고 당당하게 출처를 밝히면 마음이 편하다. 출처를 숨기고 자기 것으로 둔갑시키면 불안하고 떳떳지 못하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밝히면 더 넓은 세계로 나가면서 지적인 세계를 당당하게 항해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밝히고 싶어도 대중서에서 주석을 달려고 하면 출판사에서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 여태까지 그러지 않아 왔고 가독성을 방해한다는 이유 때문에.  과거의 모습이다. 이제 아마도 대중서에도 표절의 문제는 점점 드러날 것이다. 저작권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래를 내다보면 인용, 출처 밝히는 훈련을 미리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타이완 여행기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홍콩 마카오 여행기  '도시 탐독' , '여행작가 수업', '중년 독서' 등에서 주석을 달기 시작했다. 그전의 베트남 여행기, 캄보디아 여행기에서는 뒤에 참고문헌만 밝혔는데 조금 더 정교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물론 여행기, 대중서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별로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점점 이런 방식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



2. 표절과 저작권의 미묘한 문제들

    

  논문은 그래도 가이드라인이 있고 축적된 사례들이 많지만 대중서에는 가이드라인도 없어서 법조문에 의지해야 하는데 그것도 복잡하다. 법조인의 이야기에 의하면 형사법이나 부동산법 등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이 발생하고, 행위로 나타나는 사건들은 비교적 명쾌하게 판단이 되지만 글, 사진, 영화 등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는 문화, 예술의 경우 판단이 쉽지 않다고 한다.

 법조인들끼리도 설이 갈리고 판결도 다르게 나오는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에 물어보거나 법조문과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대중서를 쓰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표절론』이란 책에서 남형두 교수는 표절과 저작권을 구분하며 현재 학계나 법조계에서도 두 가지를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작권은 지적인 창작에 대한 법률적 권리로, 어떤 형태로든 표현되었을 때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거나 출판된 내용만 저작권 보호를 받으며,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나 감정은 법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남의 아이디어를 밝히지 않고 갖다 쓰는 것은 분명히 표절이라고 주장한다. 간혹 저작권법에 관한 전문가들도 아이디어는 가져다 써도 무방하다고 말하는데 그건 저작권법의 차원에서 그렇지 표절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사석에서 A라는 사람이 얘기한 아이디어, 기획을 B라는 사람이 자기 작품에 이용할 경우, A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아직 공적으로 표현된 저작물이 아니기에 그렇다. 그러나 B의 행위는 남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한 표절 행위라고 남형두 교수는 지적한다.  다만 이것의 법적인 처리는 복잡하게 전개된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출판물은 ‘저자의 것’ 임을 쉽게 입증할 수 있지만 전 단계인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독창적인 아이디어, 기획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함부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그것을 갖다 쓴 사람은 저작권 법에는 걸리지 않고 또 표절 행위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특히 많이 일어나는 곳은 학계보다도 문학계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소설가들이 남의 이야기를 듣고 수집해서 자기 작품에 사용할 경우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남’이 일반인이며 소설가가 아니라면 특별히 그의 인격을 침해하지 않는 한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남’이 같은 소설가라면 혹은 소설가 지망생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면 저작권법에는 걸리지 않겠지만 표절이다. 종종 이런 문제가 발생해서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하는데 긴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법이야 어떻든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런 짓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있어 왔다는 이야기를 나는 들었다. 그러니 당하는 사람들이 조심해야 한다.

 또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썼다 하자. 누군가 당신의 아이디어, 표현을 갖다 쓰면 이미 발표된 것이기에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고 표절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표된 것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갖다 쓰는 사람이 적당히 각색한다는 것이다. 말을 바꾸고 상황을 바꾸면 애매해진다. 즉 심증은 드는데 물증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럼 당하는 사람은 어쩔 것인가? 

 이런 점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자기 것을 남 앞에 드러내는 것을 매우 꺼린다. 특히 인터넷에. 그럼 모든 게 해결될까? 사람은 자꾸 남 앞에 드러내고 평가를 받는 가운데 실력이 는다. 그냥 일기 쓰는 것과 이런 브런치나, 블로그에 쓰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남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기에 글이 다르게 나온다. 또 반응도 있어서 글 쓸 맛이 나기도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글 수는 없지 않은가?

 글을 쓴다는 것은, 남 앞에 나가서 말을 한다는 것은 '트러블'을 만드는 것이다. 칭찬도 받지만 욕도 먹고, 이런저런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표절을 해도 안되지만, 표절을 너무 무서워해서 자기 것을 갖고 웅크리고 있어도 발전이 되지 않는다.

 결국 선택이다.  나는 이런저런 곳에 글을 쓰고, 방송에 나갔고, 또 지금은 1인 방송을 하지만 어디서, 누군가 나에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나의 글과 이야기를 각색해서 자기 것인 것처럼 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다. 과거에 그런 사례도 보았었다. 물론 심하면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인간의 지적 세계란 것은 다 그렇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표절이 아닌데도 어디선가 비슷한 생각과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내가 그런 것을 겪었다. 내가 어떤 표현을 내책에 썼는데 나중에 한 1년쯤 뒤에 내책 보다 먼저 나온 다른 책에서 비슷한 표현을 보았다. 그 책이 내 책보다 먼저 나왔으니 그가 표절한 것은 아니고 내가 표절 의심을 받을만했다.  그러나 결단코 나는 그의 글을 표절하지 않았다. 다만 비슷한 나이, 비슷한 학식, 비슷한 나라,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나니 비슷한 생각, 표현이 나온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정도 내글과 비슷한 표현과 생각을 '이것 내 것을 표절한 거 아니야?' 하는 식으로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남의 글을 흉내 냈다면 그건 그렇게 하는 사람의 불행이다. 글 쓰는 사람의 행복은 잘났든 못났든 '자기 식'대로 표현하는 것인데 그 기쁨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글 쓰는 사람이라면 의도적인 표절은 절대 할 짓이 아니다.  다만 의도적이지 않았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운 같은 거다.


 저작권 침해의 예를 좀 더 들면 영화를 불법으로 복제해 블로그에 올려 불특정 다수인이 감상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면, 비록 영화가 '자신의 것'이라고 속이지 않았어도 저작권 침해가 된다. 또 다른 예로 어떤 책을 저자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통째로 복사해서 제본하거나 남에게 판다면 표절은 아니지만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과 표절은 구분해볼 수 있는데 표절의 경우 윤리적인 규범 위반이므로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고 민사책임은 예외적으로 묻게 된다고 한다. 반면에 저작권 침해는 민사상 침해정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고 한다.


 (남형두 교수의 '표절론'에도 자세하게 나와 있고 그 외의 책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


 앞으로 이 브런치에서 표절, 인용하는 방법, 출처의 표시 등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아 조금씩 나눠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것에 관한 자기 나름대로의 원칙만 갖고 있어도 글쓰기가 편하다. 남의 책을 당당하게 참고할 수 있다. 

 

 내가 쓴 '여행작가 수업'(엔트리)에도 이런 것드를 자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그 책을 바탕으로 풀어가지만 좀 다르다. 요즘의 경험이 더 들어간 글이다. 참고하고 싶으면 그 책을 보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표절에 관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