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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이지상 Apr 26. 2019

표절을 피하는 남의 글 인용 방법

 내용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남의 글의 인용할 수 있다. 

 단, 출처를 적절한 방식으로 밝혀 표절을 피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학회마다 학교마다 가이드라인들이 있는데 대중서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기를 쓰는 저자로서 늘 그런 게 궁금했다. 참고할 만한 예가 없으니 결국 학계 쪽을 먼저 살펴볼 수밖에 없다. 논문 작성법 책에 보면 자세한 예들이 나온다. 우선 인용에는 직접적인 인용과 간접적인 인용이 있다. 꼭 필요하 경우에만 직접 인용을 하고 그 외에는 간접 인용을 하는 것이 좋다.

 직접 인용이란 어떤 자료의 부분을 그대로 따와서 인용하는 것으로, 대략 2~3줄 정도의 분량은 따옴표로 묶어 본문에 사용하고 그 이상이 될 때는 들여 쓰기를 해서 독립시킨 후 따옴표나 특수기호로 묶는다. 너무 긴 경우에는 가운뎃점[……] 표시를 해서 생략할 수도 있다.


 간접 인용은 다른 사람이 쓴 내용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표현만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좋은 것은 그 글을 완전히 이해한 후, 자료를 보지 않은 채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갖고 자신의  글로 완전히 다시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기표현이 나온다.

 이렇게 자기 식대로 표현해도  ‘~에 따르면, ~에 의하면, ~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라고 써서 간접 인용한 부분임을 명확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막연하게 '...라고 한다' 하면서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이것도 엄격하게 말하면 표절이다.


 그런데 어떤 책에서 인용하는 글이, 그 책의 저자가 쓴 게 아니라, 그 저자가 다른 데서 인용한 것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때는 재인용 표시를 해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거기서 밝힌 원문을 찾아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못할 경우 '재인용' 표시를 해서 원문을 밝혀야 한다. 이것이 원저자는 물론 2차 자료 저자에 대한 예의다. 


 표절에 대한 학계의 기준은 엄격하고 대중서는 덜 엄격한 편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정보, 예를 들면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들, 오래전에 일어난 역사적 사실, 혹은 관광청에서 공표한 공개적인 정보, 전해지는 얘기 등은 소개할 때 굳이 출처를 밝혀줄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걸 다룬 책들도 다 예전의 책들, 원전, 혹은 전해지는 얘기를 옮겼기 때문이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사실을 어느 책에서 보았다고 그 책을 밝혀줄 필요는 없다. 그건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독특한 표현'을 '그대로' 옮겨 쓰면 표절이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표현을 훔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객관적 사실, 정보 등을 인용할 때라도, 일단 자기 식대로 풀어써야 한다. 또한 역사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떤 저자가 새롭게 밝혀낸 것이거나 독특한 저자의 해석이 들어간 글이라면  출처를 밝혀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그 저자의 독특한 해석과 표현이기 때문이다.


 여행 가이드북은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직접 가서 체험하거나 공개된 자료를 참고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특한 해석, 표현을 사용한다면 출처를 밝히는 것이 좋다. 현재 문제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그런데 다른 가이드북 정보를 적당하게 각색해서 쓰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문장을 바꿔 쓰면 표절 의혹을 비켜 갈 수도 있지만 가끔 탄로가 난다. 원래의 저자가 실수로 ‘잘못 쓴 정보’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 출판사, 저자들, 눈 밝은 독자들 사이에 말이 떠돌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보았다.


 내가 직접 발견한 것도 있다. 어느 도시에 가이드북 세 권을 갖고 가 비교해본 적이 있는데 두 권의 책에 소개된 ‘잘못된 정보’가 똑같았다. 직접 체험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실수였는데 누군가의 ‘잘못된 정보’를 베꼈기 때문이다.

 더 나가 남의 블로그 정보, 내용들을 쉽게 갖다 쓰면 안 된다.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직접 답사하고 체험한 후 자기 식대로 표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중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 왜곡된 정보를 책을 통해 더 전파시키는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생긴다. 특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이런저런 인터넷 정보, 잡다한 사실들을 적당히 각색해서 '글빨'로 녹이면 그럴듯해 보이고 그것이 '자기 글'처럼 보인다 해도 '정보 자체'가 부실하고 신뢰성 없으면 문제가 된다. 일반 독자들이야 잘 몰라도 눈 밝은 독자, 전문가가 보면 그 부실함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물론 많은 가이드북 저자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힘들게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얻는 저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정보의 세계도 표절에서 자유롭지 않다.

 

 표절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서 두루두루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 때 너무 심한 각색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건 표절보다 더 나쁘다. 출처도 안 밝힌 채,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유포시키면 책임이 무거워진다. 현장에 가서 보는 독자나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면 금방 안다. 차라리 모르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애매하면 출처를 분명히 밝혀서 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저자는 전지전능한 입장에서 쓰는 것 같은'폼'을 잡으면 안 된다. 그런데 가이드북은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쓰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런 위험성에 노출된다.  


 여행기, 여행 에세이, 문학 작품에서는 다른 사람의 '표현'이 문제가 된다.

 이것은 금방 드러나는 것으로서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글귀가 자기 안에 고여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기 것처럼 튀어나오는 경우는 어떨까?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경험을 하면 비슷한 표현들이 나올 수도 있다. 미묘한 문제다. 논문이라면 모르겠지만 대중서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저작권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좀 더 자세한 것은 저작권법, 표절에 대한 전문적인 책을 보면서 참고하기 바란다.


(출처를 밝히는 방법에는 본문에서 표시하거나 각주, 미주로 밝히는 방법이 있는데 나중에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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