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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Feb 23. 2024

눈물꽃 소년 - 박노해

각박한 마음에 따뜻한 바람이.

저자의 어린 시절은 모두가 빈곤했고 힘든 노동에 시달리며 살아갔다. 모든 것이 풍족해 보이는 시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끔찍한 환경이다. 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저자의 추억을 따라가면 끔찍하게 느껴졌던 그 시절이 오히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몇 십 년 전과 다르게 절대적 빈곤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삶에 대한 불안, 초조 그리고 인간에 대한 불신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왜 그럴까? 분명히 풍요롭게 살고 있는데 말이다.


"친구들과 잘 지내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몸 건강하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살면 된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항상 바르게 행동해라." 어린 시절 외조부모님이 항상 해주셨던 말씀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단 한 번도 "일등을 해라." "부자가 돼라." "뒤처지지 마라" 등의 말씀을 하셨던 적이 없다.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지내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저자의 할머니,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것과 같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가끔 친구들과 다툴 때도 있었지만 결국 친구들과 화해했고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야 된다는 외조부모님의 말씀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비슷한 말을 들으며 성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요즘 청소년들은 친구를 단순하게 경쟁 상대라고만 생각한다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런 의식은 존재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학생들이 상대방을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 저자가 들으며 자랐던 "도적적으로 올바르게 함께 살아가는 삶"을 강조하는 어른들이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는 아이들뿐만 아니다. 성인들도 더 많은 돈을 원하고 남들보다 부유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보다는 사람을 물건과 같이 등급을 나누고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에 올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열심히 살았지만 사업 등의 실패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빈곤해졌거나,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이 없었던 사람들을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돕거나,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거나, 그들과 함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는 손쉽게 할 수 있는 비난과 멸시 그리고 혐오할 뿐이다. 암담한 현실이다.


앞으로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고 더 이상 같은 종인 인간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닌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일부 분야에서는 기계와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은 그들에게 밀려날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인간이 활동할 수 있는 아주 좁은 영역에서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서로를 경쟁 상대로만 생각하여 적대시한다면 결국 인간은 멸종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계와 AI 때문이 아니라 인간. 본인들 때문에 말이다.


평소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근 몇십 년 사이에 고리타분하고 바보 같은 가치관이라 여겨졌던 인간의 도리와 원칙, 감사, 책임, 절제, 헌신, 성찰, 자신만의 철학 그리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을 인간답도록 하는 것들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의 말을 읽으며 그의 주장에 많은 공감을 했고 평소 고리타분한 것 아닌가?라고 고민했던 내 생각이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현재 삶이 공허하거나 고통 속에 있다면 따뜻한 위로와 삶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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