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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진혁 Apr 02. 2024

축구가 좋아서

여자 축구팀 인터뷰

축구를 하면 행복해진다. 다정한 친구도, 삶의 동력도, 내 존재의 의미도 얻게 된다는 여자 축구 팀. 그들이 공을 찰 때마다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진다.



TEAM FIRST WOMANS

팀퍼스트 우먼즈는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다. 풋살로 세상을 돕는 일. 자선축구는 그들의 최종목표다.


“축구 좋아해?”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의 지인에게도, 그 지인의 지인에게도…. 공 좀 차고 싶어 하는 지인들과 뜻을 모으다 보니 업계 사람들이 뭉쳤다. 팀퍼스트 우먼즈는 스타일리스트, 모델,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패션계와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풋살 팀이다. 저지 가운데에 큼직하게 박힌 독특한 3D 엠블럼이 이들이 얼마나예민한 감각을 가졌는지 잘 설명해준다. 승패보다는 함께 축구를 즐기는 ‘행복 축구’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축구 전문가인 티아고 킴이 코치 겸 감독을 맡았다. 1시간씩 기초 트레이닝과 전술 훈련을 하고, 매치 라인업과 경기 후 피드백까지 감독이 전담한다. 구성만 보면 제법 잘 갖춘 팀이다. 그보다 만족스러운 건 축구를 통해 맺은 우정일 것이다. 프리랜서가 많은 업계에서 친구를 사귀기란 쉽지 않은데, 축구를 계기로 맺어진 관계는 동네 친구처럼 편하고 끈끈하다고 한다. 동종 업계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 

뛰고 차고 땀 흘리다 보면 스트레스는 벗겨지고,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것 같아 더욱 축구를 사랑하게 된다고 이동연 캡틴은 말했다. 팀퍼스트 우먼즈는 매주 월요일에 모이고, 두 달에 한 번꼴로 경기를 한다. 대학 동아리와 선수 출신이 난무하는 여자 풋살 세계에서 팀퍼스트 우먼즈는 초반에 완패를 당했는데, 첫 승을 거둔 이후 승리를 이어가며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내면도 성장했다.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이해심이 깊어졌다. 마음의 벽을 허무니 자연스레 인간관계도 넓어졌다. 팀퍼스트 우먼즈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유소년 여자 축구 선수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캡틴은 말했다. “저희 팀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더 많아지면 자선 경기를 하고 싶어요. 유소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거든요. 저희가 매주 하는 축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디서든 뛸 거예요. 그게 제주도라 할지라도요.”



FC HUSTLE

실력 보단 재미가 먼저다. FC 허슬은 코치도 강습도 없이 회원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성장한다.


한때는 75명까지 있었다. FC 허슬은 현재 43명의 회원을 거느린 나름 규모 있는 축구 팀이다. 지역구 모임은 아니지만 주로 경기하는 곳이 영등포와 목동이라 자연스레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인원이 많으니 모임도 잦다. 매주 화·목·일요일에 활동한다. 특징이라면 강습이 없고, 코치도 없다는 것이다. 팀원들이 서로 아끼며 함께 성장한다. 워낙 인원이 많아 실력에 따라 팀을 수준별로 나눌 법도 한데, 그건 FC 허슬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 그들에게 축구는 이기는 게 전부가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맞추는 순간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 FC 허슬에선 유산소운동을 하고 싶어 참여하는 사람들과 개인 실력 향상에 욕심이 생겨 대회에 참가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조화를 이룬다. 이들 모두 서로를 응원하고, 믿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합을 맞춰나가는 것도, 배운 것도 아닌데 플레이를 만들어나가며 골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모두 한마음이기에 가능했다. FC 허슬은 처음으로 지난가을 H컵이라는 큰 대회에 출전했다. 코치나 선수 출신이 즐비한 팀 사이에서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뢰다. “저희끼리 으샤으샤하면서 예선을 치렀고, 조 1위로 통과했어요. 그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이 뜨겁게 차올랐어요.” FC 허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주장 최유진은 답했다. 팀 활동의 재미는 못 만나본 유형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라고 한다. 또 운동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액티비티도 함께 즐길 수 있고, 축구로 시작했지만 또 다른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파생될 수 있는 것도 축구동호회의 매력이라고 한다. FC 허슬의 목표는 여자들이 쉽게 축구 모임을 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친선경기와 대회에 출전하는 기회를 늘려 경기력을 향상시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팀을 성장시키는 동력은? 당연히 믿음이다.


NUTTY FC

너티FC는 축구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한다. 그라운드를 달리고, 이벤트를 열고, 옷을 디자인하고, 슬로건을 만든다.


너티FC의 FC는 풋볼 클럽(Football Club)의 약자가 아니다. 풋볼 크리에이터(Football Creator)의 줄임말로, 축구와 연관된 모든 주제에 대해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팀이다. 너티FC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유니폼 제작이다. 시즌마다 새 유니폼을 선보이는 프로 팀처럼 유니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다재다능한 멤버들의 역량을 활용해 디자인도 팀에서 직접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Feel the Fest!’로 여자 월드컵이 세계인의 축제가 되도록 ‘축제를 느껴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뿐 아니라 모로코전 단관 파티 같은 행사를 통해 모두가 함께 즐기는 환경을 제안한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에는 ‘피날레 파티’도 개최한다. 경기 관람 외에 페이스 페인팅, 에코 백 만들기 등 놀 거리도 많다고 한다. 

한편, 서로 다른 배경과 체격, 능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아내는 것, 팀 스포츠인 축구의 세계에서 그것은 승패 이상의 가치일 거다. 엘리트 축구를 해온 선수 출신 주장 임선우가 축구를 사람들과 공유할 방법을 고민하다 너티FC가 가장 이상적인 팀이라 느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너티FC에서 활동하며 제가 축구를 해온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또 제가 배울 때도 있어 흥미롭고 이런 상호작용이 즐거워요.” 한편, 부주장 김영윤은 너티FC의 장점으로 새로운 도전을 모두 함께 응원하고 지지하는 분위기를 꼽았다. “무엇이든 해보자는 긍정적 생각이 넘치는 팀이에요. 실패할지라도 함께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밀어줘요. 이런 문화가 제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어 힘들어도 운동장에 나오게 해요.” 필드에선 회사 업무로 지친 기분을 풀고, 압박이나 경쟁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린다. 능력을 겨루기보다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 이는 행복한 삶을 사는 지혜일 것이다. 너티FC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여자 축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멋진 영상과 이미지를 올리며 패션, 문화, 라이프스타일과 여자 축구를 연결해 여러 차원에서 여자 축구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너티FC는 그들의 ‘골’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 <Y 매거진> 2023년 11호에 기고한 글

https://ynoblesse.com/y-y_issue11-y_editorialmore-than-goals%ec%b6%95%ea%b5%ac%eb%a5%bc-%ed%95%98%eb%a9%b4-%ed%96%89%eb%b3%b5%ed%95%b4%ec%a7%84%eb%8b%a4-%eb%8b%a4%ec%a0%95%ed%95%9c-%ec%b9%9c%ea%b5%ac%eb%8f%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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