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사람의 이면에는
아픔이 숨어있다
그는 아마 소싯적 인간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진
이상주의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연이은 실망으로 더 이상
누구에게도 기대를 품지 못하게 된 것이라
그래서 “그럴 수 있지”라고 하는 사람의 이면에는
수백번이고 체납된 자기체념의 영수증들이 들어차서
그게 “그럴 수 있지”라는 자동응답으로 흘러나온다
그래서 그는 늘 부러워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감히 외치는 자들을
개의치않고 언제든 “그럴 수 없어”라고
외칠 수 있는 자들을
그리고 그들을 사랑한다
그 물음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그의 간계를 펼 기회를 주는 그들을
사랑하고, 취한다
그리고 혐오한다
모든 것을 시종일관 “그럴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려는 스스로의 체념을
그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염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