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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e Mar 10. 2020

3월 10일의 M에게

언니, 요즘 꿈에 언니가 자주 나온다. 시간이 지날 수록 고마운 마음이 부쩍 커져서 그런 걸까. 이제 내가 시애틀을 떠난지도 2년이 가까워가는데 늘 한결같은 연락이 신기하면서도 고맙고 그래.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아니까. 


그런데 어젯밤 꿈도 정말 뜬금없었어. 내가 오랜만에 시애틀을 갔는데, 아마 주말 껴서 놀러간건지 교회갈 날이더라고. 언니가 라이드를 준다고 해서 언니 차를 타고 (언니는 이제 드라이버니까) 교회에 갔어. 그런데 도착했는데 가수 헤이즈가 간증을 한다고 하면서 부엌에서 집사님들 식사준비를 돕고 있더라고. 식사준비도 말이 식사준비지 거의 김장하는 수준이었어. 심지어 헤이즈는 크리스찬도 아닐걸? 게다가 미쉘언니도 꿈에 나왔는데 언니가 피어싱을 손바닥에 했더라고. 안 아프냐고 물으면서 내가 얼굴을 찡그렸는데, 언니는 생각보단 괜찮았다고 했어. 아마 여기까지가 끝이었던 거 같아. 그 다음에는 재난 문자 때문에 깼으니까. 


재난문자 아니었으면 회사 지각할 뻔 했는데, 그 뒤에 어떤 꿈을 더 꿀 수 있었을지 좀 궁금해. 좀 뜬금 없었어야지. 이정도면 내 무의식에 뭐가 있는지 참 궁금해.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꿈이었어. 사실 사는 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은 요즘인데, 꿈에서라도 보고싶은 얼굴들 보고 지난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회사 꿈도 참 많이 꾸거든. 


아무튼, 꾸역꾸역 회사에 가서 일을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늘 점심 시간에는 운동 겸 13층에서 1층까지 걸어서 내려갔다가, 1층부터 13층까지 다시 걸어서 올라갔어. 꽤 힘들더라. 그래도 비가 와서 밖을 못 걷는 날에는 종종 계단이라도 걸어야겠어. 코로나 덕에 면역과 건강에 힘쓰는 요즘이거든. 오늘 퇴근할 때도 보니까 출퇴근길에 자주 마주치는 분이 약봉지를 들고 있는거야. 저 병도 일하면서 얻었겠지 싶어서 괜한 동지애를 느껴버렸어. 몸 건강이 최우선이야. 언니도 비타민 잘 챙겨먹도록 해. 


오늘은 칼퇴근을 했는데 아마 내일부터 바빠지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 오늘은 일찍 자려고. 별 거 없는 하루였지만 별 탈 없음에 감사하면서. 언니도 별 탈 없는 하루 보냈으면 좋겠다. 

이따 메세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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