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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e Aug 02. 2015

코리 아저씨

오늘도 공부를 핑계로 어글리머그에 왔다가 코리 아저씨를 만났다. 카페에 매일같이 들리셔서 그런지 올 때마다 보는 것 같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옆자리에 앉았다. 아저씨는 오늘은 안 오려고 했는데, 집이 너무 더워서 어쩔 수 없었다며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차 안에 에어컨을 빵빵 틀고 드라이브를 갈 거라고 하셨다. 그런 아저씨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아저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일어나셨다. 그리고는 가시면서 내 앞에 라즈베리와 블랙베리가 담긴 통을 놓고 가셨다. 오늘 아침 Farmers Market에서 샀는데 싱싱한 베리를 먹으면 더위가 한 풀 가실 거라며. 안그래도 어제 장 보면서 라즈베리를 들었다 놓았다 했었는데, 어떻게 아시고는. 


너무 감사했지만, 놀랍진 않았다. 이 친절이 당연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코리 아저씨니까. 아저씨는 그런 성품을 가지고 계시니까. 나누기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하기 좋아하는 분이시니까. 그걸 삶의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분이시니까. 


아저씨와 친구가 된지는 얼마 안 됐지만 어글리머그를 다니면서 봐온 아저씨는 항상 가게에 무언가를 들고오셨다.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던가, 며칠전에 귀여워서 샀다는 인형, 카페 주인오빠가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 소품, 등등. 내가 가장 놀랐을 때는, 뱃지 만드는 기계를 사서는 어글리머그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뱃지를 나눠줬을 때였다. 그걸 만들어주고 싶어 기계를 사셨다고 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정말 순수하게 행복해하는 코리 아저씨를 보며, 나는 좀 깨졌던 것 같다. 많이 닮고 싶다고 생각했고. 은연중에 나는 ‘나 정도면 사람들한테 잘하는 거지’하는 주제넘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은 좋은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어 마지못해 한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덕에 좋아하고 고마워해도 그것이 내 기쁨으로 돌아오지 않는 때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기쁨이 항상 내 기쁨으로 돌아와야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냥. 그런 내 모습이 가식적이라고 느껴졌다는 말이다.


정말 아저씨가 마법이라도 걸어놓았는지, 가게 안은 금방 선선해졌다. 마지막 남은 라즈베리 하나를 마저 입에 털어넣고 오물오물 씹으면서 생각했다. 아저씨의 진심을 닮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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