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는 단순히 가구 가게가 아니었다.
지난주에 다음번 데이트에 무엇을 할까 이야기하다가 이케아에 가자고 이야기가 나왔다. 구경하고 싶은 것도 있고, 필요한 것도 있고, 마침 나한테 차가 있다 보니 가자는 여자친구의 의견이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케아에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 (호기심이 가득한 인간이 이런 기회?를 참을 수가) 흔쾌히 동의했다.
이케아를 방문하기 전, 이케아에 대한 이미지는 가구계의 유니클로정도였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가구 다양하게 판매한다 정도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친구와 함께 간 이케아는 입을 다물 수 없는, 속으로 ‘와우’를 수십 번 외친, 인생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경험을 체험한 곳이다.
그냥 가구 판매점에 왜 그렇게 호들갑인가 싶지만, 최소한 그날 나에게는 그냥 가구점이 아니었다. 무의식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어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눈앞에 그려지는 공간이었다.
옛날부터 희미하지만 지속적으로 내면 어딘가에서 ‘가정家庭’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그 희미함이 매우 선명한 색채를 띄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마치 과거에는 가정에 대한 생각이 연필로 스케치 한 윤곽에 불과했더라면 요즘은 스케치 위에 색채를 입히고 명도를 집어넣고 입체감을 불어넣은 것 같다. ‘집을 이렇게 꾸미고, 이곳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과 함께 낳은 아이 그리고 강아지, 고양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끓어올랐다.
이케아에 들어가니 각 구역별로 각각의 테마가 있었고, 그 테마에 맞추어 공간과 사물이 디자인되어 있다. 이때 시각적 자극이 그토록 중요한 것을 느꼈는데, 눈으로 공간이 보이니 머릿속으로는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케아에 같이 방문한 여자친구와 미래를 함께하는 상상.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다 보니, 이 감정에 대해 반추해 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이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좋고, 너무 편안하고,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더 함께 하고 싶고, 더 같이 있고 싶고, 더 오래 있고 싶어서 이런 미래를 꿈꾸는 걸까?’ 아니면 ‘그저 지금 이 관계에 대한 강렬함에 일시적으로 도취되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국적도 다르고, 모국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차이 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 길로 이끈 것일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까. 그저 이케아지만, 그저 이케아가 아니기에 이 감정이 흩뿌려지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어서 이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