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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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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23. 2019

[소다일기13] 봄이 오나 봄

2019년 1월 23일(수요일) / 며칠째 맑고 따뜻한 날씨. 오늘은 미세먼지 심함    


 제주는 이제 봄이 오나 보다. 며칠째 맑고 포근한 날씨라 봄꽃이 피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틀 전부터 부쩍 사랑에 목마른 수컷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주변에서 들린다. 어제 새벽에는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려 커튼을 열어보니, 덩치 큰 치즈놈(?)이 소다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라기보다는 다른 무언가가 흐르는 야릇한 느낌. 그 때 알아봤어야 했다.


 어제 아침에는 고등어가 나타났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쉽게 도망가지 않고 소다를 향해 계속 울음을 운다. 오후에는 다시 치즈놈이 나타났다. 소다는 이 놈팡이에게 더 호감이 있나 보다. 소다는 녀석을 따라다니며 자동차 밑에서 밀당을 하기도 하고 풀숲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결국 어젯밤 소다는 저녁을 먹고 나가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길냥이들에게 자유 연애가 당연한 것인데도. 웬지 놈팽이게 딸을 빼앗긴 이 억울한 느낌은 뭐지?


노란 치즈 놈팽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소다
치즈 놈팽이는 열심히 소다를 따라 다닌다. 성에 안차는 놈이다.


 오늘 아침 딸은 등굣길에 가방을 둘러메고 소다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보이지 않는다. “소다~”라고 부르면 평소에는 반갑게 뛰어나와 등굣길에 함께 했을 녀석인데, 소다가 보이지 않자 딸의 눈에는 아쉬움과 걱정이 가득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어 학교로 갔다.  


 12월 초 소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배가 많이 불러 있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소다를 본 많은 다른 집사들도 임신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었다. 하지만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출산 소식이 없다. 오히려 사랑에 빠진 듯 수컷 고양이를 따라 집을 나갔다. 그저 살이 찐 걸 우리가 오해했던가? 암튼 소다의 마음속엔 사랑의 계절 봄이 왔나 봄!!

오늘 아침 소다를 부르다 실망한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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