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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그리엄마 Jul 21. 2020

엄마 과학자 생존기 - 25

25.  3주간의 돌봄노동이 과학자에게 미치는 영향

25.  3주간의 돌봄노동이 과학자에게 미치는 영향



육아 동지가 3주간 사라졌었다.

7일 중 5일은 타 지역 출장지로 출근을 하고 주말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그 일정은 3주간 지속되었다.

즉 우리는 의도하지 않게 주말부부를 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프리랜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강제 주중 돌봄노동에 나를 갈아넣어야 했다.


사실 나는 그간 흔히 말하는 독박육아, 전일제 돌봄노동에 투입이 되었던 적이 거의 없다.

신랑과 살면서 주말부부를 해본 기억은, 산후조리 기간 뿐이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 기간 친정에 기거하는 나를 보기 위해 신랑은 매주 주말마다 부모님댁에 왔었는데,

당시 나는 백수 동생 2명과 직장인 동생 1명,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함께 아이를 양육하였으므로 전혀 독박을 해본 역사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늘 함께 했다.

사실 나는 주말부부를 하고 싶었으나 신랑은 자신이 두번째 사랑을 찾을 생각이 없다며 주말부부를 거절했다.

음...게다가 아이가 생긴 이후로 우리 신랑은 가족은 한몸이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아이와 함께 나의 껌딱지가 되어 들러 붙어 있다.

그래서 포닥도 안녕이 된거고, 그렇게 우리는 늘 같은 지역에 job을 구하며 지내왔다.

요약하면 우리 부부는 육아라는 전쟁터에서 끈끈한 우정을 나눈 동지로써 이 전쟁터에서 각자 토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비상이 걸렸다.

장기출장에 육아동지께서 당첨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육아전쟁 발발 6년만에 헤어져 나홀로 최전방 전투 5일을 맡게 되었다.

아이도 컸고, 호기롭게 괜찮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던 이야기를 Summary로 만들어 두고두고 기록해두려고 한다.

(아들놈 다 크면 꼭 보여줄거다)


연구주제 : 주 5일 무교대 전일제 돌봄노동에 투입된 양육자의 감정변화에 대한 고찰

연구기간 : 20.06.15 ~ 20.07.03

연구대상 : 만5세 남아의 주양육자인 30대 여성 1인과 30대 남성 1인


1주 차 마음의 변화

30대 여성 

 만5세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짐. 아이가 좀 시끄럽긴 하지만, Not Bad임. 오후에 피로도가 높아짐. 자신만의 시간이 부족함을 서서히 느끼고 있음. 
30대 남성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높아짐. 높아진 그리움을 안고 귀가함. 그러나 귀가 후 철썩 들러붙어 쉬지 않고 떠드는 아이의 목소리에 순간 다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고백함. 5일 동안 홀로 있던 생활에 익숙해져 아이의 목소리에 적응을 못한 것으로 보임. 극도의 피곤함을 느낀 후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다시 일터로 귀가함.


2주 차 마음의 변화

30대 여성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집에서도 추가로 작업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함. 아이의 방해가 시작됨. 노트북으로 일을 진행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심지어 아이의 방해로 인하여 평소에 진행하던 가사노동이 불가능해짐. 청소기 사용시 아이는 TV소리를 높임. 이로 인해 아이와 마찰이 발생함. 가장 집중도 있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가 잠을 잔 11시 이후였음. 수면이 부족해짐.
30대 남성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높아지는 2차 시기가 도래함. 매일매일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아이가 착신된 영상통화를 거절하는 사태가 발생함. 생각보다 만5세 아동이 스마트폰을 다루는 숙련도가 증가하였음을 알게 됨. 어렵게 연결된 통화 역시 아이가 대충 인사하고 도망가는 사태가 발생함.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듯한 가족의 태도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꼈으나, 역시 집에 귀가 후 귀가 따가워서 다시 나가고픈 충동에 시달림.


3주 차 마음의 변화

30대 여성

인내심의 한계치를 경험하였음. 아이의 사소한 잘못에도 서서히 목소리가 높아짐. 아이는 그런 엄마가 무서워졌다며 또 징징거림. 아이의 까불거림을 보며 아이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쾌함을 느낌.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피곤하게 되자, 점점 스마트폰에 집착하기 시작함. 현실도피를 하는 사람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이유없이 SNS를 쳐다보고, 로맨스소설 구독료에 돈을 쓰기 시작함. 이 이상 아이를 혼자 보다간 복용중인 약물을 늘려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살짝 함.
30대 남성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귀가함. 역시 귀가 따가움. 아이를 피해 살짝 밖에서 쉬고 싶으나 와이프가 노려보고 있어서 나가지 못하고 있음. 아이를 피해 방으로 도망가서 핸드폰으로 현실도피를 하는 시간이 증가함. 물론 그 현실도피 역시 아이가 10~15분 간격으로 계속 방해함.


Summary


하루종일 아이와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움. 아이의 욕구는 어른의 욕구와는 달리, 지극히 본능에 기반된 욕구이므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1도 담겨져 있지 않음. 자신이 먹고 싶을때 먹고, 놀고 싶을때 놀아야 하고, 자신의 욕구를 들어줘야하는 이는 당연히 보호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음. 그리고 그요구를 엄청 당당하게 함.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퇴근하지 못하는 꼰대 상사를 만난 기분에 사로잡힘. 자신을 위한 소소한 시간은 가질 수 없고, 계속 아이의 욕구에만 충실한 삶이 지속됨. 이러한 무교대 돌봄노동은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듬. 본 노동에 시달린 30대 여성과 남성은 모두 일을 하고 있을때는 집착하지 않았던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두 사람 모두 스스로 현실도피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함. 결국 장시간 돌봄노동에 교대없이 투입되는 것은 정신건강에 유익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됨.


이번 독박육아 체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 있다.

역시 전쟁터에서는 전우가 있어야 한다.

전우가 없으니 사람의 정신이 피폐해져감을 느꼈다.

어른에겐 어른사람이 필요하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다.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교대없는 육아라는 것이 말이다...

아이는 엄마의 감정은 이해해주지 않았고, 고려도 해주지 않았다.

오롯이 자신의 욕구만 내세우며 매달렸다.

나는 아이에게 나의 피로함에 대해 설명하였으나 씹혔다.

씹힘이 반복되자 아이에게 언성이 높아짐을 느꼈다.

아이가 엄마 바보를 외치며 자신의 엉덩이를 팡팡치며 약올릴땐...

울컥 해서 저놈시키 확 걷어차버려! 라는 생각도 하였으나,

난 이성적인 엄마이므로 머릿속에서만 생각했다.

그래 울컥울컥 약이 오르는일은 많았고, 이런 상황에서 내 어깨를 토닥이며 참아라고 말해줄 남편이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동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많은 이들이 독박육아가 힘든 이유는 옆에서 내 감정이 공감해주는 어른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한다. 옛날엔 다 그렇게 키웠다고.

그런데 옛날하고 다른게 있다. 우리는 어릴때 맞고 컸다. 어른들의 기준에 맞춰 거기에 부합되지 않으면 맞고 큰 세대가 우리다.

그리고 지금 어른이 된 우리는 우리가 맞았던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여, 지금 부모세대는 아이를 존중하고, 훈육을 과거처럼 때리지 않고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잘못하면 맞는다고 배운 우리가 우리가 배운것과 다르게 때리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과거에 우리가 배우지 못한 방법으로 지금 새롭게 아이들을 키우려 한다.

무조건 맞는게 아니라, 아이의 기준에서 설명해주고, 또 설명해주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남하면 안된다고 가르치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더 힘든 것이다. 해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지금의 부모세대를 좀 가엽게 여겨, 지쳐 커피 한잔 하는 육아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좀 보내주길 바란다.

그리고 집에서 하는게 뭐있냐고 헛소리 하지 말고, 옆에서 오늘도 고생했다며 어깨를 토닥여주길 바란다.

집에서 뭘하긴...회사에 있는 개꼰대 상사보다 더 진상떠는 아이를 하루종일 수발들었는데 얼마나 하루가 고되었겠는가.....

그나저나 집에 가야 하는데 정말 집에 가기 싫어서 큰일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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