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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그리엄마 Apr 16. 2021

엄마 과학자 생존기 -32

초딩던전의 서막

32. 초딩던전의 서막



드디어 돌봄절벽, 멘붕의 서막, 하루 걸러 아이를 붙들고 울게 된다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왔다. 그간 글이 뜸한 이유 역시 도저히 중간에 짬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란 사실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내 이직의 이유이자 창업의 이유였던 이 초등학생 엄마의 라이프는 역시 예상대로였다. 아주....아주....미묘한 불편함과 불규칙적인 랜덤이벤트의 발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묘한 불편함은 사실 돌봄노동 저울의 치우침에서 기인했다. 뭐 소소하게는 학교 전체로 보내는 공문에 가까운 공지는 아이 아빠에게 가고 기타 자질구래한 모든 일정이 엄마에게 날라오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될텐데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아이 학교에 서류를 보낼 당시 공지 관련 연락은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해달라고 체크해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락은 공평하게 오지 않았다.


땡그리는 두명의 보호자가 있다. 그런데 무언가 중요도가 높지만 아이돌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안내공지는 신랑에게 그리고 기타 자질구레한 연락은 나에게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신랑에게 입학식 안내 문자가 갔을때엔 연락처 누락을 염려하였지만, 그와 기타 공지가 나에게 오는 것을 보니 편가르는건가 란 생각도 잠시 했다.


따질까 고민을 잠시 했다가 그냥 담임선생님을 통해 학교종이앱(학교 전자 알림장)에 신랑을 추가시켰다. 뭐든 공지는 두번의 크로스체크를 해야 잘 챙길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절대 나 혼자 준비물 챙기느라 동동거릴 것을 생각하니 약이 올라서는 아니다.


코로나시대에는 알림장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발열체크를 통한 자가진단을 한 뒤 등교해야 한다. 이런 소소한 챙김들이 존재하는지 미쳐 알지 못하고 출근하는 신랑이 섭섭할까 싶어 이 어플도 내가 깔아줬다. 그리고 이걸 신랑에게 전담시켰다.


초등학생의 등교시간은 바쁘다,

나는 일어나서 씻고 아이 깨우고 씻으라 하고 그 사이에 옷입고 아이에게 삶은 달걀 쥐어주고 내 화장을 하고 아이 옷 입으라 말해주고 그 와중에 물통 챙기고 가방과 태권도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챙겨야 했다. 물론 전날 미리 알림장 체크는 필수였다. 요즘 나의 불만은 이러한 나의 바쁜 오전에 비하여 신랑은 본인 씻고 옷입고 내가 화장하는 동안 출근한다.


심히 짜증이 안날 수가 없다. 왜 나만 바쁜것인가? 이게 불만이라 신랑에게 아이를 깨우거나 혹은 챙겨달라 말을 하는데 하드가 고장인지 소프트웨어가 문제인지 인풋을 한뒤 정보처리가 잘 안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진짜 아이를 쳐다보기만 하는 아웃풋이 나와서 지금 어디를 손봐야 하나 심란하기 그지없다 ㅠㅠ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돌봄을 함께 하자는것, 양육에 함께 하자는것 말이다. 그런데 이 약속은 한달도 되지 않아 나만 동동거리는 것으로 흘러간다.이러한 경우 내가 불만을 토로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늘 비슷하다. 나는 시간이 많고, 나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만 본인은 그러하지 못하고, 그 외 기타 얘기를 해주면 하지만 말하지 않아서 하지 않았다.....뭐 이런 답변.


나는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라 없는 시간을 쪼개고 있고 나도 더 잠을 자고 싶지만 그 시간을 쪼개서 아이를 케어하고 있는데 왜 본인은 그걸 못한다고 하는 걸까?


여기저기 올라오는 다양한 또래 엄마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일은 우리집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집에서 비슷하게 흘러간다. 이런 경우 핑계도 비슷하다. 처음이라 잘 모른다. 처음이라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뭐 이런거....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약 회사에 입사하고 상사로부터 일을 받고, 처음이라 모르니까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왜 처음 하는 회사일은 눈치 보고 시간 쪼개고 신경을 쓸 수 있는데 아이 케어는 배우지 않아서 모른다고 하는걸까?


누구는 엄마 인생 2회차인가? 왜 일을 할땐 없던 눈치도 만들고 시간도 쪼개고 잘만 하면서 돌봄이나 양육은 모르겠다 하는건지....솔직히 모르는것이 아니라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알게 뭐라는 생각이었던 것은 아닌가?


가끔 그냥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정도 트레이닝이라면, 굳이 양육자가 둘일 이유는 없겠다. 이런 거면 그냥 주말부부 괜찮겠는데? 라는 생각 말이다. 과거엔 아이와 대화가 어려워 어른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이와의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굳이 어른 사람이 반드시 필수조건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확실히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이런 돌봄 라이프가 계속 지속된다면

나에게는 남편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디선가 본 누군가의 글귀처럼,

나에게는 아이를 같이 케어할 아내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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