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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칭찬일기를 쓰고 있다

좀 더 잘해보려는 마음


무언가를 보면 좋은 점보다 부족한 점 고칠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디자이너라는 직업병이 더해진 탓인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 칭찬일기를 썼다. 칭찬할만한 것이 없는 하루도 어떻게든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칭찬해'라고 적어보기로 했다. 지난 주말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 너무 먹은 탓에 몸이 무거워 더욱 아무것도 못 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어떻게 칭찬을 해야 하나. 주말이니까 잘 쉬었구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쉬고 싶은 만큼 쉰 것 칭찬해’라고 적었다. 처음엔 억지 같아도 글로 쓰고 나면 정말 그래 보이 기도 한다. 떨떠름한 마음으로 칭찬을 해도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나간 일을 자책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제는 서점을 구경하다가 문구점에 들어가서 펜을 샀다. 나는 문구를 좋아하는데 특히 펜과 종이에 관심이 많다. 검은 펜은 그림을 그릴 때도 쓸모가 있으니 작업을 핑계로 더욱 자주 사는 편이다. 문구점에 들어가 한참 동안 이 펜도 써보고 저 펜도 써보고 하다가 매번 비슷한 검은 펜만 사서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항상 똑같다. ‘또 검은 펜을 샀네, 작업도 잘 안 하면서.’ 하지만 칭찬 일기엔 뭐라고 써야 할까? 칭찬할 구석을 찾다 보니 습관적으로 검은 펜을 사는 나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앞으로 하려고 산 거구나.’

그러고 보니 작업을 하지 않을 때 검은 펜을 더욱 자주 샀다. 펜마다 두께나 필기감 번짐 정도가 다르니까 마음에 꼭 드는 펜을 찾으면 그림이 잘 그려질 것 같았다. 적어도 펜을 산 날은 새 펜을 써보느라 다른 날보다 그림을 많이 그렸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우리의 시도와 행동 뒤에는 좀 더 잘해보려는 마음이 있었을 거다.

그날의 일기장엔 ‘작업을 하기 위해 펜을 샀다. 칭찬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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