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기 전에
고양이와 동물 병원에 갔다.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나이가 많아서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과 같이 고양이의 배 속을 들여다볼 땐, 이상하게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가늠할 길이 없는 다른 존재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내 속을 보는 것보다 더욱 깜깜하게 느껴졌다. 아직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심장 한쪽이 비대해서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다녔고, 아빠도 나도 몇 년 전에 수술을 해서 6개월에 한 번씩 대학병원에 정기검진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너도. 심란한 마음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의 외출에 놀란 고양이를 달래다 깜빡 잠이 들었다. 한바탕 쿨쿨 자고 일어나니 슬퍼하기에 우리는 아직 충분이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