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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명 Jan 03. 2020

번듯한 아들의 유통기한

필요한 건 '단단한 자존감'과 사소한 것에도 만족할 수 있는 '행복'

당신의 아들이 이름 있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높은 연봉의 대기업에 다니는 번듯하고 자랑스러운 자녀가 되길 원한다면, 아이의 의지력과 성취력 개발에 집중하여 다음과 같이 양육하시면 됩니다.


아담한 손으로 색연필을 잡을 수 있는 정도의 나이가 되면 한글, 영어, 숫자 등 다양하게 쓰는 훈련을 시키세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집중하는 힘을 키우는 것인데요. 혹시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면 가끔은 따끔하게 주의를 주고, 때로는 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집중력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추가로 무엇인가를 잘할 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무엇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스스로 채찍질하는 법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시험의 중요성을 알려주세요. 인생에서 기회는 시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고, 삶은 시험의 연속이니까요. 받아쓰기 같은 사소한 시험일지라도 아이의 관심도가 낮고 실제로 낮은 점수를 받아온다면,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시험의 중요성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가 시험에 대한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전통적인 채벌 방식인 옷 벗겨서 집 밖에 쫓아내기를 시도해보세요. 아이는 시험에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은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만큼 수치스럽다는 현실을 깨달으며, 향후 인생에서 치루어야 할 모든 시험에 진지한 자세로 시험에 임할 것입니다.


고학년이 되면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하여 주셔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시험에서 높지 않은 목표를 정하고 그 점수를 달성했다고 당신에게 자랑한다면, 절대 칭찬해주시면 안 됩니다. 반이나 전교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친구들은 몇 명이나 있는지 물어보시고, 그들과 자신의 차이점을 알게 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사소한 성취에 의미를 두지 않으며 향상 허기진 마음으로 더 높은 곳에 목표를 두게 됩니다. 스티븐 잡스가 말한 'Stay Hungry'를 삶으로 실천하게 되는 거지요.


경기가 어렵고 낮은 취업률의 차가운 경제 환경의 시대일지라도 당신의 아이에게 이런 뜨거운 내면의 에너지가 있다면 절대 당신의 아이는 도태되거나 낙오될 수 없을 것입니다. 자녀가 커갈수록 들려오는 번듯한 성공담 혹은 용돈이나 선물에 흐뭇해하며 이웃이나 아이에게 조금씩 자랑하며 뿌듯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양육 방식에서 포기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음... 부모로서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자녀와의 친밀감은 포기하셔야 합니다. 다정함이 없는 딱딱한 말투로 드물게 걸려오는 형식적인 안부전화에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명절에 가족들 함께 모여 오붓하고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다 큰 아들은 왜 명절에 작은방에 누워서 낮잠만 잘 까요? 아마도 그는 편하게 쉴 수 있는 자리가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오랜만에 고향집에 와서 편하게 잘 쉬고 돌아가고 싶지만, 늘 긴장하게 했던 집안 분위기는 중년을 앞둔 지금도 자신을 움츠러들게 할 겁니다. 부모님과 잦은 통화와 관심은 직장과 결혼 생활을 검사받는 일입니다. 편안함과 친밀함이란 단어는 같이 사용할 수 없는 단어입니다.         


포기해야 할 다른 하나는 '번듯함'의 유통기한입니다. 자기만족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삶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마음속에서 원하는 것을 찾고 이루어 가는 것보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방식은 현실에서 무척 성과가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그리고 사회생활 초년까지는 정해진 목표만 보고 달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30대 이후의 삶에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점점 회의가 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외줄 타기, 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과도한 긴장감에 속에 점점 지쳐 갑니다.


교육이란 것이 단순하지 않은데 이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냐고요? 위에서 이야기한 '번듯한 아들'이 바로 저 이니까요. 중년을 앞둔 시점에서 제게 필요한 것은 과업 달성에 집중하는 '정신력'과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며 나아가는 '도전정신'이 아녔습니다. 내 마음 중심의 가치를 찾고 실천할 수 있는 '단단한 자존감'과 사소한 것에도 만족할 수 있는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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