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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명 Jan 31. 2020

행복을 위한 타임머신

유머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신성한 능력이다  _구스타프 갈 융

#에피소드 1 (도서관)


지인 : **동 사신다고요? 저도 그 동네 살아요.

나    : 어머, 그러세요? 반갑네요. 혹시 새로 생긴 구립도서관 가보셨어요? 최신 시설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지인 : 네 그럼요. 잘 알죠. 저도 자주 가구요. 저희 남편은 오늘도 갔는데, 책은 안 읽고 창가 자리에서 사진만 많이 찍고 왔어요. 호호호

나    : 맞아요. 도서관 창가 풍경이 너무 좋아요~


어떤 지인분같은 동네 주민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서로의 공통생활권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생긴 동네 도서관에 대한 감흥을 나누었다. 나는 왜 하루가 지난 지금 이 사소한 대화를 떠올리고 다시 드라마 재방을 보듯 곱씹으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까? 바로 유머에 관한 숨겨진 욕망 때문이다."맞아요, 창가 풍경이 너무 좋아요" 같은 바람 빠지고 헐렁한 마지막 말 대신"도서관 창가에서, 사진 찍고 계시는 키 크고 잘생기신 그분이 선생님 남편분이셨구나."라고 유머를 날렸어야 했는데... 아쉬움에 속이 쓰리다. 유머는 풍부한 상상력과 아이 같은 창의성 그리고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순발력인데 아무리 재미있고 참신한 유머라도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한다면, 웃음을 유발이 아니라 속 쓰림과 아쉬움 만을 야기하는 미지근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된다. 적절한 타이밍은 상대방의 호흡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여유 있는 자신감과 긴장하지 않는 담대함에서 시작한다. 상대에 지중해서 생각과 마음에 공감하고, 거침과 지체 없는 호흡 단위의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내는 순발력을 위해서는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유 있는 태도! 긴장의 이완! 

 

#에피소드 2 (횡격막)


나    : 오늘 발표가 참 좋았어요. 제가 명확한 발음과 복식 발성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게 들었어요.

지인 : 안 그래도 발표할 혼자 때 입근육을 풀고 계셔서 눈에 들어왔어요, 제가 관련된 내용 정리된 자료가 있는데 공유해 드릴게요.

나    : 허허 좋죠. 감사합니다.


어떤 모임에서 작석자들이 생활 노하우에 대한 2분 발표를 했는데, 관심 있던 주제에 대해 발표했던 분과 모임 사이에 잠시 나눈 대화 내용이다. 발표에 대해 칭찬하며, 서로에 대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었고, 덤으로 관련된 내용의 자료도 받을 수 있게 되어 흐뭇했다. 하지만 나의 유머 세포들은 늘 그렇듯이 못다 한 일들을 후회화며 괴로워하고 있다. "허허 감사합니다."로 끝낼게 아니지. "허허, 입근육만 풀고 있었던 게 아니에요, 뱃속에서 횡격막도 늘이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이게 정답인데. 정말 아쉽다. 시간을 되돌려서 어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유머를 횡격막 근육으로 배를 불룩 거리며 쓸 수 있었을 덴데. 물론 그런 타임머신을 사용할 수 있다면 로또나 주식을 사는데 먼저 이용하겠지만. 유머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지만 고무적인 것은 내 안에 유머를 성공하겠다는 강한 욕망, 관심, 애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런 에너지들이 모여서 빵 터지는 유머를 성공시키는 날이 것이다. '유머를 욕망하라 그럼 그것은 너의 것이다.'


#에피소드 3 (경차)


친구1 : 모닝을 타니까 안 좋은 게 있어. 차들이 자꾸 끼어들어. 작은 차라고 무시당하는 기분이야.

친구2 : 정말 그래? 설마, 그냥 니 기분이겠지.

 

장사를 하다가 상황이 나빠져서 새롭게 직장을 찾은 친구가 오래간만에 동기 모임에 나왔다. 예전에는 멋진 중형차를 타고 다녔는데 경차로 바꾸고 느꼈던 속상함을 털어놓았다. 다른 한 친구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다는 듯 만류시킨다. 바로 그때, 나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빵 터지는 유머를 날렸다. "아 그래? 나는 모든 차들이 당연히 그렇게 운전하는 줄 알았지. 내가 첫차부터 계속 경차만 타서 그랬나? 허허" 정말 뿌듯하다. 적절한 타이밍, 상대를 준중하는 태도, '인생에서 자동차 사이즈 까짓거 중요하지 않다'는 건전한 메시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 정도면 인생 유머라고 할 수 있다. 묘비에 업적으로 남겨야 하나? 하하하 아마도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의 나에게 알려주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최고의 유머는 상대를 세워주고, 아무도 상처 받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유머이다. 웃다 보면 행복에 지니까.


"고마워 미래의 지명, 로또번호라도 좀 알려주고 가지 그랬어? (ㅋㅋ 이것도 유머야, 그냥 성실하게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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