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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명 Feb 07. 2020

눈물, 아빠가 된다는 특별함

다부진 손으로 눌러가며 글씨를 쓰듯 또박또박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특별히 자랑스러운 점은 없지만, 제 아들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_ 영화 <어바웃 타임> 결혼식 축사

 

눈물로 흐려진 시선을 화면에 고정한 채 옆에 있던 리모컨을 더듬어 되감기 버튼을 재빠르게 눌렀다. 덩이가 튕겨나가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 아들의 결혼식에 사용하기 위해 이 문장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 다만 생각지 못한 점이 있다면, 아들은 태어난 지 6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아 '레이첼 맥아담스'(어바웃 타임 여자 주인공) 같은 상량하고 사랑스러운 짝을 찾아 결혼식을 올리려면 족히 2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과, 조심스럽지만 지금 성격을 볼 때 커서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까칠한 녀석이 과연 나의 축사를 허락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뭐 어떤가? 결혼식 축사가 아니라 유치원 졸업식 같은 조촐한 기회도 좋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내 아들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나의 진심을 담해 보고 싶다. 물론 다른 부모님들의 당황스러운 표정은 어쩔 수 없겠지.


아빠가 된다는 것의 특별함, 부자의 관계 속의 동질감, 아들 생각할 때 느끼는 먹먹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아빠로서의 양한 감정들,  세상에 마주하게 되는 들의 라린 경험들, 들에 대한 아빠의 따스한 공감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분만실 앞에서 보라색 발도장 인주가 가시지 않은 꼼지락거리는 같은 작은 발을 잡고서 울먹이던 감동, 어린이집 발표회 무대에서 꼼짝도 못 하고 5분간 서있다 내려와 흐느끼던 속상함, 폐렴으로 입원해 수액 바늘이 꽂힌 그 자그마한 손을 잡고 있을 때 안타까움,  이렇게 감성적이고 다정한 부자 아었는데, 여하튼 친구들과 참가한 축구대에서 세 게임을 모두 지고 집에 오는 길의 패배감, 엄마에게 심하게 혼났던 날 좋아하던 빵집에 가 어깨에 기대어 초코소라빵을 나눠 먹던 따스함, 이 다양한 감정들과 함께한 눈물 만이 완벽하진 않지만 그 특별함, 동질감, 먹먹함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다.

 

<어바웃 타임>에서 많은 관객들 눈물을 트리는 장면은 아들과 아버지의 마지막 산책 장면이다. 아버지는 작별을 앞두고, 해변가에서 어린 아들에게 처음 물수제비를 가르쳐주던 그때를 추억하여 기억 속으로 산책한다. 어린 아들과 함께했던 그 평범한 순간을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다시 추억해야 할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순간으로 간직했던 것이다. 나도 조금의 준비 없이 왈칵 눈물이 나왔다. 아의 고단함 속에 '버티자, 조금만 버티자.'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이었지만, 사진함을 뒤적이듯이 돌이켜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항상 그 속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자 인생에 최고의 순간도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 있었던 건 아닐까? 아들이 자라 가는 것처럼 무심결에 시간이 아쉽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늘 오늘이란 시간은 주어지고, 늘의 평범한 순간이 먼 훗날 여러 번 돌아보고 곱씹으며 웃게 될, 아들과 나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최고의 순간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어제 영화 보느라 늦게 자서 온몸이 찌뿌둥한 오늘만은  별한 날이 아니 길 잠시 바라본다. 아침부터 부지런한 아들의 제안으로 저번 가을 가르쳐준 두 발 자전거 타고 함동네 하이킹을 하고, 승부욕 강한 녀석이 충분히 이길 때까지 부루마블 게임을 하. 학교 운동장에서 사그라드는 아빠의 체력을 려할 줄 모르는 지칠 줄 모르는 녀석이 좋아하는 축구고는 편의점 벤치에 앉아 초코우유를 나눠먹으며 목마름과 피곤함을 달래주말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 부자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날들 넉넉히 만들 있다. 인생 최고의 날 후보군을 여러 개 들 듯, 진 손으로 눌러가며 글씨를 쓰는 것처럼 또박또박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아들과 함께했던 지난 6년 4개월 간의 특별한 기억들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행복한 추억들만들어 갈지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이 눈물의 의미는 뭘까? 피곤함!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들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_<어바웃 타임> 아들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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