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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Dec 10. 2020

진단을 받았다

국가 암검진 그 후(1)

 "네. 환자분. 자세한 결과를 보기 위해 조직 검사를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예약 잡고 내원하시는 게 좋겠네요."


 조직 검사라니. 큰 병인 걸까.


 2018년, 11월. 이직한 회사의 입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날은 이른 아침부터 백수로서의 마지막 주말을 즐기기로 한 날이었다. 플라스틱을 한가득 안고 나와 아파트 분리수거장으로 향했고, 분리수거가 끝이 나면 집 근처 가게에서 만두를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만두가게 건물 앞이 여성 병원이었다. 생각해보니, 두 달째 월경이 없었다. 그 이유 하나로 진료를 기다렸다.


 '에밀리님, 들어오세요.'


 '그러니까, 월경이 두 달간 없으시다고요?'

 '네. 8월 중순에 한 이후로 지금까지 안합니다. 5-6년 전쯤 다른 병원에서 진료했을 땐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해주긴 했는데요. 지금도 혹시 그런 건지 아니면 몸에 이상이 있는 건지 좀 알고 싶어서요.'

 '임신 가능성은 없으신 거죠?'

 '네'

 '초음파 한 번 볼게요'


 임신 가능성을 물었을 때 실소를 터뜨렸다. 임신 가능성이라니. 진료 의자에 누워, 질 초음파을 봤고 역시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초음파상으로는 배란이 되었다고 하나 생리가 늦어지니 생리 주사와 다이아벡스를 처방해 주겠다는 의사의 말. 그리고 올해 자궁경부암 검사 대상자이니, 아직 검사를 하지 않았으면 받고 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순식간에 검사를 진행했고, 다음 진료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곧 생리가 시작할 수도 있겠단 의사의 말.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도 생리가 없어요?'

 '네 없네요.'


 지난번 진료에서 진행했던 피검사 결과를 보는데 프로락틴 수치가 높다고 했다. 이는 복용했던 다이아벡스의 부작용일 수도 있고, 뇌하수체의 문제로 호르몬에 이상이 생긴 걸 수도 있다고 했다. 좀 더 지켜보잔다. 그리고 앞선 통화 내용처럼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 이상 소견으로 조직 검사를 하기로 했다. 아마 진료실 위 층에 있던 분만실이었던 거 같은데,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내리쬐는 조명을 보고 있으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긴장을 했다. 몸에 힘을 빼라는 의사 말과는 다르게 온몸은 긴장으로 치솟았고 손발에선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찔 그 자체. 


 그렇게 한 번도 해보지 않던 검사를 진행했고, 새로운 경험치를 터득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자궁경부암. 다행이란 말이 붙여도 될까, 0기.

 자궁경부암 0기였다. 담당 의사는 지금 발견한 게 천만다행이란 말을 덧붙였지만 암이라는 얘기를 듣고 난 뒤에 나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모습으로 앉아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저, 이제 29살인데 자궁경부암이라고요. 수술은 간단하게 세포가 있는 경부만 도려내는 원추절제술을 하면 된다고 했지만, 덜컥 겁이 났다.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물론, 결혼도 나와는 먼 일이라 생각했던 지난날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품게 될 수도 있는 내 몸에, 그것도 부인과 질환으로 인한 수술을 한다고 하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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