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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Mar 11. 2021

수술을 했다

국가 암검진 그 후(2)

 이어서 의사는 빠른 시일 내에 수술할 것을 권유했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며, 자궁경부의 일부를 도려내는 ‘원추절제술’을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중에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는데 문제가 없냔 나의 질문에 ‘문제는 없다. 다만, 아이가 내려오며 자궁경부가 짧아지면 경부를 묶어주는 맥 시술이 있으니 해당 시술을 받아도 된다’고.


 일단은 회사를 이직한지 한 달이 채 안 되던 시기였던지라 매번 이렇게 평일에 병원을 오는 것이 부담이 되어 회사 근처로 병원을 이전하고 싶었다. 수술 후 간혹 출혈이 발생하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회사 근처가 좀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일원동에 있는 큰 병원으로 이전을 했고, 조직 검사 슬라이드와 여러 진료내역을 갖고 갔다. 그곳의 의사 역시 경부 암이 맞다고 했고, 간단한 수술이니 금방 끝날 거라 했다. 수술도 수술이지만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에 꾸준히 검사를 받아보란 의사의 말.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내가 암이라니. 


 아마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아침 일찍 엄마와 병원으로 향했고, 수술 대기를 하고, 약물 반응 검사를 하고, 수술실로 옮겨졌다. 


 마취과 의사가 “제 눈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뱉으시면 돼요. 바로 해볼게요, 저 보세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었다. 시간은 한 시간가량 지나있던 거 같다. 이상하게, 마취되던 순간에 안정적인 음성으로 나를 안정시켜준 마취과 선생님께 감사하단 인사를 드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서 해당 말을 전하고 싶었으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마취에서 덜 깨어난 일종의 주정? 같은 느낌일 거라는걸.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꾹 참고 회복실에 누워 대기를 했다.


 나의 보호자를 찾는 여러 번의 방송을 했는데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방송이 되었던지라 나는 꽤 오랜 시간을 회복실에 있던 거 같다. 


 일주일 뒤 다시 내원을 하는 일정이었고, 나는 그대로 퇴원했다. 그리고 일을 했다. 당시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갓 입사한 동료와 내가 꽤나 큰 프로젝트 진행과 리테인 업무를 하기에 버거웠던 일정 때문이었다. 그랬으면 안 되는데, 퇴원 후 집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노트북을 켜고 꽤 긴 시간 동안 업무를 했던 거 같다. 당시 나는 연차를 썼었지만, 내 몸을 챙겨야 할 때지만, ‘민폐’로 기억될까 봐 행여라도 동료가 혼자서 힘들까 봐 꾸역꾸역 일을 했다.


 일주일이 흐르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은 새벽 퇴근, 시작되었지만 짧은 생리, 암 수술을 한 환자치고는 무탈하게 흘러가는 나날이었다.


 일주일 후,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암세포가 맞았다고 하고 생각보다 경부를 많이 도려냈다고 했다. 6개월에 한 번씩 추적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고, 바이러스 역시 고위험군에 속하니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내용 기억안남…)


 그렇게 몇 번의 병원을 다녀왔고, 이후 8월에 보자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은 건 2019년 2월 1일 금요일이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시작된 설 명절 내내 배가 아팠다. 설 연휴 날 하루는, 한 친구네 집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맥주를 마시고 놀았는데 그날도 아랫배가 묵직하고 당기는 느낌이라 거실 한가운데 댕강 누워 ‘아 배땡긴다’하고 쉬기도 했다.


2019년 2월 1일 금요일 마지막 진료

2019년 2월 4일 월요일~수요일 연휴

2019년 2월 7일 목요일 컨디션 난조, 출근

2019년 2월 8일 금요일 회사 근처 산부인과 방문


 금요일. 계속되는 배 아픔에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얼마 전 원추절제술을 했고, 경과 얘기도 들었고, 연휴 내내 배가 아팠다. 마지막 생리는 언제였는데 하지 않았다.’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하고 의사를 만나서 한 번 더 상담을 했다.


 의사는 질 초음파를 보자고 했고, 나는 또다시 겁을 먹었다. 


“잠시 좀 불편합니다~"

의사에 말에 호흡을 가다듬고 진료실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데 의사가 살짝 격양된 목소리로 말한다.


“아이가 있네요?”

“네?”

“아이가 좀 크네요?”

“네??”

“배 초음파 한 번 볼게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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