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9주, 그러니까 임신 5개월
그러니까 현재의 나는 임신을 한 상태이고, 심지어 그 아이는 꽤나 자라서 질 초음파가 아닌 배 초음파를 통해 본다는 얘기였다.
“모르셨어요? 아이는 한 19주 정도 되네요”
“네? 전혀 몰랐어요.. 아니 몇 달간 산부인과를 다녔었는데..”
“그러게요. 저도 놀라운데 환자분은 얼마나 놀라우실까요. 음. 성별도 모르시겠네요. 예쁜 딸이에요. 심장 소리 한 번 들어볼게요”
“심장 소리요?”
“지금 들리는 게 심장박동 수고요. 건강히 잘 뛰고 있네요. 손가락 발가락도 한 번 볼게요.”
“손가락 발가락이요?”
“이게 손가락이고, 이게 발, 이건 복부, 보이는 건 눈코입이 될 거예요. 태반이 약간 내려와 있네요.”
“네?”
초음파로 본 아이는 꽤나 컸고 심장도 힘차게 뛰었으며, 심지어 언젠가 아이를 낳는다면 똑닮은 아이를 낳고 싶던 딸이었다. 황당하면서도 덜컥 겁이 나면서도 묘하게 설레는 순간. 오후 12시 50분이었다. 초음파 사진을 쭉 인화해서 보여주셨고, 날짜를 계산해보니 7월 12일이 예정일이었다.
“선생님. 제가 계속 약도 먹었고, 수면 마취도 하고, 엑스레이도 찍고, 심지어 수술도 하고 많이는 아니지만 술도 마셨는데 아이 괜찮나요?”
“네 초음파상으로는 문제가 없네요. 일반 기형아 검사 시기는 지나서 지금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원하신다면 엄마의 혈액을 확장하여 아이의 상태를 볼 수 있는 기형아 검사도 있긴 해요. 하지만 고위험군 산모들에게 권장하는 검사인지, 환자분께 강력하게 추천하는 검사는 아니예요.”
“저도 가족들과 논의를 좀 더 해봐야겠네요. 근데요, 선생님. 제가 마지막 초음파 사진을 본 게 11월 2일이었는데요, 그때 생리를 안해서 봤고 다낭성난소증후군이란 얘기를 들었거든요. 배란이 되었던 것도 봤고요. 근데 이후에는 제가 자궁경부암을 확진 받고 관계를 가진 적이 없는데 이게 가능한 건가요?”
“날짜 한 번 볼까요.”
그랬다. 나는 자궁경부암을 처음 검사받으러 갔던 11월 초 이후로 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다. 자궁경부암을 확진 받은 뒤로 심란하기도 했고 약 부작용으로 입덧처럼 컨디션이 영 별로인지라 최대한 몸을 편안하게 했었는데 임신이라니..
“11월 2일이면 안보였을 거 같기도 하네요. 보통 아기집이 보이는 시기가 있는데 약간 이른 감이 없잖아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축하를 받았다.
“축하드려요. 초음파 상으로 아이는 건강해 보이나 추가 검사를 원하시면 말씀 주시고요. 전치태반이 의심되니 출산 가능한 큰 병원을 가보세요. 오늘 임신확인서를 써 드릴 텐데, 임신확인서를 갖고 보건소에 가시면 임산부 뱃지나 산모수첩 등 수령 가능합니다. 아이 예쁘게 잘 키우시고요^^”
출산을 하는 병원은 아니었고, 전치태반으로 인해 큰 병원을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당시 남자친구였던 현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사실을 알렸다.
“애가 있대. 5개월이래, 5주가 아니고”
서둘러 둘 다 급하게 오후 반차를 썼고, 우린 만났다. 둘 다 황당해서 한참을 웃었지만 어쩐지 남자친구의 머릿속은 복잡해 보였다. 당시 내 나이 29, 남자친구 나이 31살이었다. 첫 회사에서 한참 일을 하고 퇴사 뒤, 제주도에서 한 달하고도 보름가량 여름을 만끽한 후 이직한지 얼마 안됐을 때라 더욱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300km가 떨어진 장거리 연애였다.
“전적으로 너의 의견을 따르겠지만, 해야지 결혼. 이제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잖아. 내가 올라오면 다 해결되는 문제야. 주말에 부모님께 말하자”
그렇게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