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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28. 2022

한여름밤의 산책


내가 좋아하는 계절의 시간,

여름밤이면 항상 집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나간다.     


도시 속 아파트의 창문 불빛으로 밝힌,

틀에 박힌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다.     


반짝이는 바퀴를 굴리며 멀찍이 앞서가는 아이들,

뒤에서 수다를 떨며 천천히 걷는 어른들,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

빨리 뛰기 내기하는 청년들,

외식하고 돌아온 가족들이 우르르 걷기도 하고

서로의 손을 맞잡은 노부부까지,

각자의 속도와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의 뜨거운 열정을 내려놓는다.   

  

달의 기운을 듬뿍 안고

한 바퀴만 더 돌고 가자는 누군가의 외침이 흩어지고,

헉헉대는 숨소리와 매미 소리의 지저귐을 들으며

선선히 부는 바람결에 한 걸음씩 걸어간다.   

  

흐릿하게 들리는

남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사사롭던 누군가의 인생의 기쁨과 소망이 흘러나온다.     


어느새,

씩씩하게 내딛는 걸음은 리드미컬하게 운율을 타고,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의 박자에 발맞추어 앞으로 걸어간다.

때로는 추월하기도 하고

때로는 늦춰지기도 하는,

이것이 인생, 즉 여름밤 산책이다.     


답답한 인생의 무게도,

고단했던 오늘 하루도,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다는 자부심으로

내일도 한 걸음씩 나아가 보자.     


가벼운 여름밤의 산책은 항상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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