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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28. 2022

게으름의 어려움


요즘 같은 시대에는 게을러지기 위해서는 돈을 내고 여행을 가야 하는 시대이다.


가방을 무겁게 짊어지고 일상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이질적인 경험, 

사람들은 휴가가 끝나면 어떻게 하면 더 럭셔리하게 게을러질 수 있는지 늘어놓는다.

유효기간인 카드 고지서를 보기 전까지 여행의 여운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도시에서는 돈 없이 게을러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언젠가, 저녁에 걷기 운동한다는 친구에게 대단하다고 엄지 척을 했더니,

걷기만 하는 건 이 도시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이라고 알려준다.     


남들보다 게을러지기 위해서,

새벽에 수영장에 가고, 저녁에 건강을 위해 각종 운동이나 자격증 등을 공부한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는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나의 영역을 채우기 위해,

밥을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지루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TV 예능에 나오는 핫템을 검색하고,

SNS에 광고하는 제품을 검색하고,

인터넷에 최저가를 찾아서 구매한다.     

 

친구들의 생일날이면 유명한 맛집을 예약하거나 줄을 서서 사 먹고,

후식으로 아기자기한 크림 듬뿍 신상 도너츠를 찾는다.     

정기적으로 2년마다 새로 이사 가야 할 집을 찾거나,

집값을 메꾸기 위해 대출을 받으러 다닌다.     


주말에는 친구 결혼식,

골프 모임,

부모님 효도,

매월 나오는 각양각색의 카드값,

각종 세금과 고지서들,     

일상이 스트레스고 압박이다.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인스턴트 단맛에 쉽게 빠져든다.

SNS를 뒤적이거나 짧은 동영상, 게임이나 웹툰을 보며,

밤늦게까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끄적거린다.

또, 한 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면서,

남들과 뒤처지지 않게 이 도시 속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안도한다.    

 

이 도시를 사는 사람들은 게을러지는 것이 어렵다.     


게을러지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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