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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25. 2022

젊은 꼰대

얼마 전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몇 살인지 물었더니 2000년생이라고 하자마자,

꼰대들처럼 주위의 80~90년생들이 일제히 2002년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는 것을 보지 못 했냐고 놀린다.     


신기하게도 모든 나이가 나라의 대소사에 연결되는지,

나 또한 신입사원 때 88 올림픽의 호돌이를 제대로 못 봤을 거라며 안타까워하셨던 70년대 선배들의 얼굴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영원할 줄만 알았던 신입사원 세월은 훌쩍 지나가고,

나와 함께 세월을 영위했던 80년 대생들은 과장, 차장이 되어버렸다.     


70년대와 90년대 사이에서 숨죽여 힘을 키우던 80년대 젊은 꼰대들이 기성세대의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젊은 꼰대들은 예전의 꼰대들과 다르게 스마트하고 오픈마인드인 듯 보이지만,

여전히 선배들의 가르침의 잔재로 인해, 젊은 꼰대들은 회사 조직 생활에 겉도는 후배들이 불편하다.     


회사에서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행위,

아는 사람에게만 인사를 하고 다른 직원에게는 인사조차 안 하는 행위,

선배가 좋은 업무처리 방식을 조언해줬는데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만 처리하려는 행위, 등등     


토요일 오후 커피숍에서,

직속 후배에게 ‘라때는 말이야~’를 말하려다가 흠칫 놀랐다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난다.     


나의 나이를 띠와 생년월일로 물어보셨던 중역들,

점심은 팀끼리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팀장들,

나의 별것 아닌 행동에 잔소리를 늘어놓던 선배들,     

나이를 들어보니 회사 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그때, 그들의 했던 얘기들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그들의 잔소리 중 1% 정도는 

어리숙하지만 의욕이 넘쳤던 후배에 대한 염려였음을,     


그래도 여전히 잔소리는 듣기는 싫지만 

거울만 봐도 아는 주름진 내 나이가 이제 젊은 꼰대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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