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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25. 2022

점심 피크닉

윗분들 없는 회사 점심은 피크닉 같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친해진 옛 동료들과

회사 근처 거리마다 숨겨진 풍경을 구경하는 소소한 기쁨,

우연히 만난 골목에서 마주한 새로 생긴 간판을 보면 어떤 음식을 파는지 궁금해진다.     


뜨끈한 칼국수를 먹은 뒤,

우리는 아이스커피 한 모금을 입에 물고 창가에 옹기종기 앉아서,

서로의 안부를 공유하기도 하고,

회사의 사소한 것들을 나눈다.     


창가에서 보이는 이질적인 소리 사이로,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들이 흥겹게 지나간다.     


1시를 알리는 시계는 왜 이리 빠른지,

내뱉지 못한 수다들을 황급히 입에 물고,

회사로 돌아간다.     


회사 정문에서 마주한,

같은 근무복을 입은 수많은 직원이

마치 물에 불린 빨래처럼, 골목길에 느릿느릿 걸려 있다.     


따뜻한 햇볕으로 노곤해진 빨래들은 커피를 손에 꼭 쥔 채,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몸을 좌우로 흔든다.     


내일의 피크닉을 위해서

오늘의 꿉꿉한 냄새가 남지 않게,

다시 모니터 앞에서 바짝 말려버린 빨래들,     


시간에 쫓기어 미처 해결하지 못한 빨래들을

먼지들이 남지 않게 털어버린 뒤,

퇴근길에 다시 고이 접어서 책상 위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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