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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25. 2022

조금 늦어도 괜찮아.

1차는 합격했으나 2차에서 오랫동안 낙방했던

그 친구는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한 미련이 항상 있었다.  

   

나이와 상황에 떠밀려서 입사한 회사에서 관련된 업무를 하지만,

전문직에 합격한 사람들을 마주한 날에는 서글퍼했다.     


인생을 책임져야 할 서른 넘은 나이와 현실의 무게 속에서

그 친구는 그렇게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아갔다.   

  

대리직을 단 두 번째 해,

그 친구는 윗분의 강압에 못 이겨,

원하지 않던 직종으로 이동하게 되자,

퇴직 의사를 밝혔다.     


늦은 도전인 만큼, 모든 인연을 끊고,

다시 전문직에 도전할 것이라고...,

 

소문이 퍼지고,

뒤에서 그 나이에 재 도전은 무모하다고 비웃은 이도 있었지만,

그 친구는 개의치 않았다.     


마지막 날이라고 사준,

쌀국수를 먹는 그 친구의 후련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

하지 않고 품기만 한다면 스스로가 썩어 문드러진다고,

그 친구는 늙어버린 나에게 도전의 씨앗을 심어 주고 떠났다.     


그 친구의 결심이

내가 고민해왔던 대학원의 원서를 제출하게 했다.     


어떤 분은 결혼과 육아를 생각할 나이에 그런 결정을 했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그 돈이라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해야지 학력이 밥 먹어 주지 않는다며,

결국 공부 많이 한 노예가 되는 것뿐이라고 내 고민을 일축하기도 했다.

    

내 늦은 결정에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갈까 봐 걱정한 이도,

직장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염려한 이도 있었다.    

 

귀가 얇은 나는 확신을 갖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의 시간은 학교에 처음 간 날 모두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잃어버린 청춘의 계절이 캠퍼스 내에 가득하고,

희망과 환희에 찬 그들이 푸르게 물들어간다.    

 

늘 성과만 바라던 무미건조한 숫자에서 벗어나,

나 또한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것 같아서 싱그러웠다.     


마치 초록색 잎사귀가 되듯,

뜨거운 열기에 광합성한다.     


시험 기간이 다가올 때는 내 선택을 잠시 후회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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