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말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말,
이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게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은 말,
때로는 구상하던 소설의 끝자락이라던가,
상대를 잃은 비난도 쓰여있다.
메모하고 나면 나의 마음이 발화되어 약간의 후련함이 남는다.
어느새 들뜬 채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도 차분해진다.
연말 행사로 올해 무슨 메모를 남겼는지 보면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다.
앞뒤 잘라먹고 쓴 글들이라,
도대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헷갈린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잔혹한 단어에 내 소설의 한 부분인지 나의 마음속 한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발화하지 않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메모장에 넣어져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 여겼다.
과거에 잠든 염려와 내일을 향한 염원과,
부디 오늘보다 행복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