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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20. 2023

탕비실

탕비실 아침 풍경은 부산스럽다.     


커피가 떨어지자 서랍 안에 있는 커피상자를 꺼내는 대신 총무 담당자를 부르는 직원,

마지막으로 커피머신을 사용한 후 물통에 물이 비워지면 채워 넣지 않는 직원,

자신이 좋아하는 애호 커피를 읊는 직원도 있고,

커피 상자에 딸려온 사은품을 넘보는 직원도 있다.


심지어 커피를 따르다가 흘렀는데도 그대로 두고 가는 직원도 있다.


배운 사람이라면 본인이 흘린 것들은 스스로 치우는 것이 예의인데, 이마저도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직원들,

꼭 내 일, 네 일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팀과 직급별로 일의 R&R이 나눠지는 것은 맞지만,

모든 일들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잡무들, 

그런 일들은 나와 상관없다는 듯이 남에게 떠밀고 

스스로 고고한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를 내린 채,

마치 계급사회인 마냥,

자신의 권위를 넘보는 직원을 심판하려고 든다.


그런 사람은 업무의 전체 흐름을 읽지 못하고, 

매일 일어나는 잡무에서 나오는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의 무능을 탓할 뿐이다.     


남들이 바쁘면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이 바쁘면 능력이 넘쳐서 일을 많이 한다고 떠벌린다.     

모두가 다른 사람이고 능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회사에서 녹봉을 받고 일을 한다는 건, 

하나의 목표로 같이 공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개개인으로 봤을 땐,

대단하고 멋진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오늘만은 서로를 위해,

탕비실에 본인이 흘린 커피는 스스로 휴지로 닦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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