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Docent Project #001
반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 입니다.
사마리아 사람과 관련한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는데요. 간단히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릴게요.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떠나던 사람 한 명이 길에서 강도를 당해요.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기고요. 몸이 성한곳이 없을 정도로 얻어맞은 채 길에 버려지죠. 그런데 지나가던 제사장과 레위 사람은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모른척 지나칩니다. 하지만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를 당한 사람을 보고 가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처를 치료하고 나귀에 태워 여관까지 데려가 간호해주죠.
그림을 살펴볼까요?
반 고흐의 그림은 성경 속 이야기를 그대로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노란 옷을 입은 사마리아인은 헐벗은 채 축 늘어진 사람을 나귀에 태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나귀도 딱한 사정을 알고있는지 앞발을 바짝 세우고 사람을 태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길 뒤로는 두 명의 사람이 거리를 두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제와 레위 사람이죠.
이 작품은 1890년 제작되었는데요. 당시 고흐는 프랑스 남부 생레미에 있었어요. 이 때 종교적 사상에 사로잡히는 경우들이 있었는데요. 성경을 주제로 그림을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감히 성경의 인물을 창조하는 일은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옛 거장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거장 중 하나가 바로 외젠 들라크루아 입니다.
두 사람의 그림은 거의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색이죠. 들라크루아의 작품에서는 사마리아인이 빨간 옷을 입고 있는 반면, 고흐의 작품에서는 사마리아인이 노란색 옷을 입고 있어요. 그리고 고흐의 작업에서는 평행한 붓의 흐름이 추가되었죠. 불연속적인 선들이 더해지면서 고흐만의 표현법이 두드러지는데요. 이는 오래된 작품을 현대적인 그림 언어로 아주 잘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럼 반 고흐는 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선택했을까요?
그가 화랑을 그만두고 종교에 심취한 시절이 있었어요. 목사가 되고 싶었죠. 어떻게 보면 사마리아인이 되고 싶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선교단체에서도 그는 퇴짜를 맡게 되죠. 그러던 중 토머스 슬레이드 존스 목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고흐를 믿고 설교의 기회도 주었어요. 하지만 결국 조울증을 겪고 보조목사직을 그만두게 되죠. 결국 모든 걸 잃은 사람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꼈을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에게 토머스 슬레이드 존스 목사는 사마리아인이었을수도 있었겠죠. 그의 삶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이 떠오르는 장면은 여러 차례 등장해요. 고흐에게 들라크루아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영감을 준 이유도 그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림을 통해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누가 우리의 이웃일까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작은 도덕적 문제에는 너무 쉽게 올바른 소리를 쏟아냅니다. 정작 누군가 커다란 어려움에 처했을 땐 반대로 너무 쉽게 외면해 버리죠. 더 나아가 도움을 주다 발생한 피해로 억울한 누명을 덮어쓸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림을 찬찬히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누가 우리의 이웃일까요?
동시에, 나는 누군가의 이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