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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Oct 15. 2020

외동딸로 살아가는 건

앞가림에 대한 공포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내 앞가림’에 큰 부담이 있다. 이렇게 글로 쓰면서까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에게 앞가림은 정말로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말 정말 큰 부담이다. 무거운 돌덩이가 몸을 누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내 앞가림에 이렇게까지 큰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외동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없고 나 혼자인 세상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은 주기적으로 내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 했다. 생각을 하는 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내가 원치도 않는데 불쑥 찾아와서는 꽤 오랜 시간동안 날 불안에 떨게 했다. 엄마 아빠가 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지방에 다녀올 때마다 나는 무서웠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엄마 아빠가 무사히 살아돌아오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이런 부담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되려 더 심해졌다.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는 혼자인 나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아빠가 출장길에 오르는 날이면 밥을 먹다가도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도 겉 잡을 수 없이 불안해지곤 한다.





‘나 혼자인 세계’와 더불어 ‘나 혼자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둘은 다른 생각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붙어있다. 혼자인 나를 생각하면 자연히 혼자 사는 내 모습도 생각하게 된다. 내가 나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집을 얻고 밥을 해 먹고 관리비를 내며 살 수 있을까? 남들은 다들 해나가는 것들인데 나는 잘 모르겠다. 혼자 하기엔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내 편인 사람이 없다. 나를 거둬먹일 사람이 없다. 실로 두렵다. 이렇게 활자로 보니 더 무섭다…!





그래서 내가 내 앞가림에 그렇게 부담을 느끼는 거다. 이것은 부담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것은 내 불안증세의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곧 졸업이다. 내가 내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자주 과거를 후회한다. 가장 부질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로… 잡스러운 거나 보면서 허송세월 했다. 실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생을 살았다 할 수 있다. 낙관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좀 자주 힘들다. 내 몸이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다. 인생에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부터는 사는 게 온전히 내 스스로의 몫이다.





결국 또 이렇게 아무도 읽고싶어하지 않을 푸념이나 썼다. 이름은 100일 글쓰긴데 의식의 흐름대로 자기비하나 늘어놓게 되니 이게 일기랑 무슨 차이가 있나 싶어진다. 첫 글부터 이 모양이라 참 유감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글의 주제가 뭔 지 당최 모르겠다...어쨌거나 좀 갑작스럽지만 결론은 하나다. 나는 나 하나고, 어서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안 좋은 생각을 멈추고 뭐라도 해보도록 하자. 구원은 셀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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