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뚜루 Nov 20. 2024

나의 알파세대 교육기

(지난 이야기) 7살 유니아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aka 알파세대)이 되었고 애미 김뚜루는 교육의 격랑에 휩싸이게 되는데...

- 수학편 -
유니아카가 남사친을 따라 수학학원에 등록한 지 보름이 넘었다. 최근 수학 단원평가를 봤다는데, 사실 정확한 날짜는 잘 모른다. 그냥 잘 봤겠거니, 못 봤으면 못 봤겠거니 싶은 거지. 어쨌거나 휴가 내고 신나게 놀고 있는데 유니아카에게서 연락이 왔다.

- 유니아카: 엄마 나 수학수행평가 결과 나와써
- 나: 응. 원하는 결과 나왔져?
- 유니아카: 100점이 한 명밖에 없었어.
- 나: (그러니까 네가 지금 시험이 어려웠다는 서사를 깔고 있는 게로군?)
- 유니아카: 근데 그 한 명이 나야ㅋㅋㅋ
- 나: !!! 축하해 우리딸(하트)(하트)(하트)

- 영어편 -
OO구청에서 대학교와 연계해 겨울영어캠프를 모집 중이라는 공고를 봤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유니아카에게 말했더니 당연히 쌉거절ㅋㅋㅋ 아이가 싫어하면 동기 부여가 되질 않으니 학습 효과도 있을 리 없다. 그래서 포기하려던 차에, 갑자기 존재감 뽐내는 유니아카 아빠 왈. 어머, 그건 무조건 해야 해!

이제 유니아카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뒤집힌 딱정벌레처럼 사족을 흔들며 완강히 거부하는 유니아카. (쟤 뭐야? 카프카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르인 줄?)

- 유니아카: 그거 영어로 말해야 되는 거잖아?
- 나: 그치?
- 유니아카: 난 지금 학교 영어수업도 잘 이해 못한단 말야!!!
- 나: 학교 영어수업이 이해 안 된다고? 그럼 심각한 건데? 그럼 진짜 각잡고 영어공부해야 돼!!!
- 유니아카: (다시 사지 발광)
- 나: 지금 영어캠프가 아니라 매일 영어단어를 외워야겠는데? 앉아 봐.

밤 10시. 특훈이 시작되었다. 잠깐 5분 하고 말려고 했지. <렛츠메이크어스노우맨> 영어동화책을 꺼내놓고 같이 읽어보는데 유니아카가 읽을 리 없다. 아니 그냥 발음 자체를 모름. 그래서 곧장 듀오링고 앱으로 발음 공부를 하는데... 갑자기 승부욕 불태우며 자율주행을 시작하더니 문제 한꺼번에 다 맞힐 때까지 10분 넘게 혼자 무한반복을 하는 게 아닌가. 얘 뭐야? 그리고는 다시 영어동화책 꺼내놓고 특훈을 시작했다.

- 나: 영어는 연기야. 그냥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해 알았지? (과장된 억양과 몸짓으로) 아이 갓 츄! 프리이즈! 위 원! 후레에이~!

몇 사이클을 반복했더니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해보겠다며 나더러 영상을 찍으란다. 그래서 찍었지 찍었는데... 한 문장만 발음 꼬여도 처음부터 다시 다 찍으래.... 그래서 찍었지 찍었는데... 한 단어만 발음 꼬여도 처음부터 다시 다 찍으래..... 그래서 찍었지 찍었는데..... 어느덧 밤 11시가 넘었다. 운동 다녀오자마자 씻으려다 특훈을 시작했던 나는 1시간 넘게 유니아카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 나: 이제 그만 하고 엄마 좀 씻으러 가면 안 될까?
- 유니아카: 처음부터 다시!!!
- 나: (또 촬영)

유니아카는 거의 밤 12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를 풀어주었다. 기진맥진해진 나는 카프카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르 잠자처럼 사족보행으로 화장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you.... you win.....!! (내가 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