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심 추를 제 자리에 두기

조언을 구할 때 선행되어야 하는 것

by 두솔

상담했던 사례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교수님께 피드백을 듣는 수업이 있었다. (공개 사례 발표는 내담자의 동의 하에 진행되며, 모든 개인 정보는 익명으로 처리된다.) 발표 순서를 마지막까지 미루다 결국 내 차례가 왔다. 내가 어떻게 상담을 했는지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이 많이 됐다.


초보 상담사에게는 내담자 한 분 한 분이 새롭다. 이번 내담자 분의 상담을 진행하면서도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교재의 한 단원을 읽는데만 7-8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다. 매주 한 시간을 위해 열 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가며 준비를 했다. 이렇게 진심을 쓰며 진행한 상담에 대해 피드백을 듣는 시간은 귀하게 느껴진다. 가면을 모두 벗은 나를 보여줘야만 정확한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담 사례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점이 많다. 상담은 정답이 없는 예술과 같아서 경로가 다양하다. 공개 발표는 내가 선택한 하나의 길에 대해 다른 선생님들의 다양한 관점을 들을 수 있기에 사고가 열리는 감사한 시간이다. 나도 이번 첫 공개 사례 발표를 준비하며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을 졸였다.


대망의 발표 시간. 내담자에 대해 고민했던 그 간의 과정들을 공유한 뒤 피드백을 기다렸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기대만큼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으시며 시간을 보내셨다. 나의 머릿속은 모호함으로 가득 찼고 교수님의 조언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 집요해졌다.


이런저런 질문을 드렸다. “교수님이시라면 어떻게 접근을 하셨을 것 같은지.” “방금 주신 피드백은 이런 의미인지” 등등을 여쭸다. 그런데 교수님의 답을 들을수록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교수님의 뜻을 캐치하려고 하면 할수록 묘하게 어긋났다. 한정된 수업 시간은 교수님의 피드백을 결국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끝이 났다.


그런데 교수님이 생각하는 답을 집요하게 묻고 싶었던 내 마음을 보며 내가 한 가지 놓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내담자에 대해 가장 오래, 깊게 고민한 사람은 교수님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비록 초보 상담사이지만 내가 내담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마음을 썼던 시간은 떳떳하게 진지했다. 그 긴 시간과 정성이 헛되었다고 부정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더 나은 답이 외부에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의 내담자를 나만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타인의 생각이 100% 맞고 나의 생각은 100% 틀렸을 경우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의 조언을 집요히 구하는 나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경험이 많은 누군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는 태도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쏟은 시간과 고민에도 어느 정도 무게를 실어주는 게 먼저다. 잊지 말자. 나만큼 내 내담자에 대해 오래 고민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마음실험기 : 초보 심리상담사의 기쁨과 슬픔]

초보 심리상담사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어요.
좋은 상담사가 되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