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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06. 2019

착상 (1)

기획방향.

나는 처음으로 시대극 말고 현재의 이야기,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시대극은 제작비도 많이 들 뿐더러 무엇보다 그 영화를 소구할 수 있는 시장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제 아무리,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 맛깔나게 풀어쓴다고 한들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을까. 그래서 큰 돈 들이지 않고 바로 찍을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일본 사람이건, 중국 사람이건, 동남아 사람이건 모두 공감을 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써 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남들은 다 알고 있는 이 생각이, 영화학과 4년을 졸업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나리오를 9년동안 더 공부하고 나니까 들더라.  


"새로운 친구를 만나 전에 없던 활력을 느끼는 도균. 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기억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기억은 지워져 가지만, 살아온 세월은 잃고 싶지 않았던 지영이의 아빠. 도균의 이야기"


기억을 잃는 치매에 걸렸다고 한들, 그 사람 마음속에 있는 부성 혹은 모성까지 지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겉으로 보기엔 자신의 가족에 대한 모든 걸 잃고 내면이 산산히 망가져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 내면에서는 얼마나 치열한 내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보고 난 관객들이 치매 환자를 보면서 "정말 그랬던거야? 그래서 날 그렇게 못살게 굴었던거야?" 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지옥같은 현실 말고 그런 행복한 상상을 심어주면서, 잠시나마 그들과 화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싶었다. 동시에 스스로 원칙을 세웠다. 하나. 신파로 빠지지 말 것. 둘. 치매 환자의 모습을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만 사용하지 말 것. 셋. 가족과의 화해를 다루긴 하겠지만, 그것을 고리타분하게 전통적 가족의 테두리에 두고 생각하지 말 것. 그리고 바로 자료 조사에 착수했다. 내가 레퍼런스로 살펴 본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중요

영화 수상한그녀

댜큐 사람이 좋다.E166.160319.박철민


2. 드라마

한드 디어마이프렌즈

한드 응답하라 1997

한드 응답하라 1988


3. 치매영화

아이리스

스틸앨리스

금발의 초원


4. 기타영화 (가족애 중심)

네브라스카

토니애드만

에브리바디스 파인


5. 다큐

[TV조선] 탐사보도 세븐.E39.180516.치매 인구 100만, 믿고 맡길 곳이 없다.

EBS 다큐프라임.교육기획.치매를 부탁해-1부 어느날 갑자기

EBS 다큐프라임.교육기획.치매를 부탁해-2부 지금 이순간

다큐 시선.E23.170818.치매와 함께 사는 사람들

메디컬 다큐-7요일.E09.170523.나를 잊지마오 - 치매병동

메디컬 다큐-7요일.E25.171003.물보다 진한 핏줄 - 초로기 치매

메디컬 다큐-7요일.E45.180220.한결같은 사랑

일요특선 다큐멘터리.E135.180121.2018 치매 오디세이 안녕, 우리 할머니.


6. 책

숨결이 바람될 때 / 폴칼라니티

치매 노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 오이 겐

치매와 함께 하는 사람들 / 질병체험이야기 연구원



와. 이중에서 책 "숨결이 바람될 때"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더라. 문득 울고싶어 지는 날에는 정말 이 책을 한번 보시라. 폭풍 눈물과 함께 폭풍 콧물도 흘리게 될게다. 그래서 이 책은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면 절대 안된다.


암튼 각설하고. 그래서 작년 여름에 이와 관련된 시높을 완성하고 평소 가깝게 지내는 흥피디님과 썬피디님께 작품을 보여드렸는데 유독 흥피디님의  반응이 냉담했다. 아예 쓰지 말라고까지 하더라. 살짝 빈정이 상한 나는 마치, 아빠에게 야단 맞은 후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 하소연 하는 어린애 마냥 썬피디님께 달려가 SOS를 청했고, 작년 여름 즈음에 만나서 두어시간 정도 회의를 가졌다. 흥피디님의 지적이 아예 틀린 말씀은 아니니 주인공 도균의 직업을 바꾸고 중심사건을 재미있게 꾸며보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남겨주셨다. 그 후, 슬럼프가 시작됐다. 그러고 보니  <무악동> 피칭이 끝난 후 제대로 쉬지도 못했었더라. 그렇게 슬럼프에 몸을 맡기고 야구나 봐야지 했는데, 롯데가 하는 플레이를 보다가 한단계 더 깊은 차원의 슬럼프로 빠져들게 되었더랬지.


그렇게 기나긴 슬럼프를  거치고 내가 쓴 시높을 다시 읽어 보니 두 피디님의 안목에 무릎을 탁 치게 되더라. 이래서 매사 너무 진지하면 안된다니까. 자아 비판에 가까운 반성이 들면서 서서히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엉겁결에 구정 전에 썬피디님께 수정된 시높을 보여드리기로 했지 뭐야. 3주 정도가 남았네.


하나도 못썼는데.

큰일났다.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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