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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09. 2019

착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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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의 키워드 – 공동체, 가벼움 그리고 연말에 어울리는 이야기.


바야흐로 연대 상실의 시대. 혹은 혐오 만연 사회. 혼밥, 혼술, 비혼 등 타인과 단절된 관계가 만연되어 있어도 결국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것은 공동체에 대한 은근한 갈증을 불러오고, 그 갈증은 알게모르게 영화를 선택하는 수만가지 기준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건 여기서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 즉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혈연을 먼저 떠올리는 것 다소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혈연을 벗어난 대안적 공동체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작년 2018년에 흥행했던 영화들을 1위부터 5위까지 순서대로 살펴보자. <신과 함께-인과 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보헤미안 랩소디>,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신과 함께-죄와 벌>. 이처럼 잘 결속되어 있던 공동체가 와해되고, 그 공동체가 다시 회복되는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신과 함께-죄와벌’만이 전통적인 가족의 회복을 담았다.) 다른 예로는 <앤트맨&와스프>, <안시성>, <완벽한 타인>, <공작>, <그것만이 내세상> 등. 물론 공동체(우정)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흥행한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진다는 점은 확실히 주목할만 하다.


그리고 또 하나. 가벼움. 다루고 있는 영화의 소재가 무겁다고 해서, 꼭 영화가 진지해질 필요는 없다. 사회부적응자들로만 구성된 영화를 한번 생각해보자. 장애인이 나오고, 외국인 노동자에 불법 체류자가 나오고, 혼혈아도 나온다. 운동권 선생님도 나오고, 주 무대는 침침한 골목, 카바레, 허름한 교회 등이다. 독립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완득이> 이야기다. 이 영화는, 물론 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다시 봐도 놀랍다. 정말 재미없는 무거운 소재들을 가지고 정말 재미난 성장영화를 만들었다. 역시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작가가 설정해야 할 톤앤 매너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의 톤앤 매너는 약간은 동화같은, 연말에 어울리는 이야기로 해 보는게 어떨까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으로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언뜻 <7번방의 선물>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라서 우선 논외로 하고 싶다. <수상한 그녀>라면 모를까.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공동체 회복이나 연대와 같은 가치는 이전에 썼던 작품들에서도 나의 주요 테마이기는 했다. 더럽게 재미없게 써서 문제였지. <완득이>처럼 마음으로 연결된 공동체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공동체를 머리로 만들었던 게 패착이었던 것 같다. 이게 말은 쉬운데 쓰는 입장에서는 좀 많이 어렵더라. 뭐, 내 내공의 부족함 탓이지. 그리고 ‘가벼움’과 ‘연말에 어울리는 이야기’는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부분이기는 하다.


그래도 일단, 지금은 작품의 착상단계니까.

조금씩 이렇게 큰 테두리부터 만들어 나가보자.


어찌저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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