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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14. 2019

착상 (4)

자유연상

대충 기획방향과 톤앤매너를 어떻게 할지를 정했으면, 그 다음 순서는 자유연상이다. 기획방향과 톤앤매너를 벗어나지 않는 틀 안에서 일단 생각나는 대로 다 써본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무작정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스타일이다.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다보면 생각이 삼천포로 빠져서 어느덧 작품 생각은 안하고 딴 생각만 잔뜩 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한글파일을 실행해놓고 무작정 써 보는 방식이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글로 쓰면서 생각 정리하면, 내가 가진 생각들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서 좋다. 그 생각의 흐름들을 몇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생각의 틀이 잡힌다. 


그럼에도 아래 글은 매우 두서가 없고, 영양가 없는 문장들이 많은 그야말로 똥밭이다.

아무렴 어떤가. 시작은 다들 이렇게 거친 법이다.  


도균은 어떤 인물일까. 꼭 나이가 많아야 할까. 만약 도균의 나이가 많지 않다면 일방적으로 부성애를 다룬 영화가 될 수 있다. 일드 ‘뷰티풀레인’이 그랬다. 그렇게 되면 신파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싫다. 신파. 질질짜는거 말고, 최대한 덤덤하게 그리고 싶다. 결국 아버지와 딸이 서로 오해를 해소하고 관계를 회복한다는 점을 표현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게 좋을 듯하다. 이전 시높시스에서는 굉장히 무색무취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아버지로 표현했었다. 보편성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표현했었지만, 좋지 않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치매에 걸렸다는 것이 더 극적으로 그려져야 한다. 도균은 기억을 잃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라지는 기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차마 딸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하는, 그런 인물로 그리는게? 그것이 조금 더 극적일 것이다. 흥피디님이 이야기 한 ‘일본영화 같다’라는 점이 이 부분인 것 같다. 그렇다면 도균의 직업은 무엇이 적당할까. 형사? 교수? 기자? 언뜻 형사가 먼저 연상되기는 하지만, 뭔가 식상하다. 교수? 작품이 너무 진지해질 것 같다. 잠깐, 여기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처음 생각했던 아버지상은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에 나왔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었던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 부인과 사별 후 자신이 가진 건 자신의 자녀들 밖에 없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자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자녀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 아버지를 피한다. 그 영화가 가슴 아프고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자녀들이 아버지를 피하는 이유에 악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원했던 건 그냥 자녀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때 같이 식사를 하는 것 뿐이었는데. 여튼 거기서 많은 영향을 받았었는데, ‘변산’같은 시높시스가 나와버렸다. 언젠가부터 나는 세대간의 화해를 다룬 이야기에 대해서 쉽게 말해 좀 꽂혀버린 게 있다. 모리슨 블레이크의 에세이였나 소설이었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반드시 풀어야 할 오해가 있다. 하지만 그 화해는 언제나 늦다.’ 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부터였나. 여하튼 중요한 것은 이 작품에서도 종국에는 아버지와 딸의 조금 늦을 화해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꼰대스럽지 않게. 아버지가 딸을 이해하는 모습을 그렸으면 그렸지, 딸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모습은 절대 그리고 싶지 않다. 그리고 딸은 그녀가 만든 대안적인 공동체 안에서 삶을 살 것이다. 절대 아버지의 뜻대로 그렇게는 살지 않을 것. 우선, 먼저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지에 대한 틀을 먼저 세워야한다. 기억을 잃는 순간에도 딸을 생각하는 도균의 모습. 부성애. 그러면서 도균은 변화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들이 전혀 딸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잘난 도균은 어느 순간 자신이 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설픈 성공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여하튼 도균은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잃는 대신 딸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환경 안에서 딸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물론 딸도 치매에 걸린 도균을 보며, 도균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균의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 그런 도균과 딸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당초 생각은 야구였지만, 크리스마스. 혹은 새해. 명절. 이런게 활용되는거다. 아니면 음식. 떡국같은. 사실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한국 정서에는 잘 맞지가 않다. 확실히 연말이라고 하는 건 친가족주의 적인 뭔가가 있다. 그 정서를 이용하자. 그렇다면 도균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딸과의 화해? 맞다. 궁극적인 목표는 그거다. 여기서 문제는 딸과의 화해가 제 1의 목표였느냐. 아니면 다른 목표를 향해 가다 보니 딸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느냐다. 아마 본인의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도균은. 마치 스크루지처럼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딸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이 이야기가 도균의 몇 년동안의 삶을 그리는 거라 일을 하고 있는 도균의 모습이 조금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도균은 뭔가 권위있는 직업. 자신의 회고록을 준비?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서. 도균의 욕망은 무엇일까. 도균은 왜 딸의 이야기를 잘 듣질 못했나. 도균의 욕망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 자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니면 원안에서처럼 딸에 대한 자랑. 딸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딸은 그 자랑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이렇게 봐야하는걸까.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너무 공부, 공부, 공부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식의 캐릭터는 아닐 것 같다. 로얄패밀리의 사람이 아니라 나름 자수성가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본인에 대한 자부심도 무지 강하고, 자신이 잘했던 것처럼 딸도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 그래서 딸이 방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본인이 너무 특출나면, 타인의 실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케이스일 듯 싶다. 아버지가 너무 유명했다. 딸은 그게 너무 싫다. 아무튼 그러면 그럴수록 도균은 마음을 다잡았을 수도 있다. 내가 집안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한다.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 선의와 선의가 부딪힐 때. 그것으로 인해 오해가 생길때다. 그러한 아이러니를 잘 살려보는 것이 어떨까. 원안에서처럼 아내와 사별하고 난 후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 완벽한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자랑질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딸. 그래서 딸의 하얀거짓말들은 시작되고, 오히려 그것이 두 사람 사이를 멀게 만들었다. 울적할때면 엄마 무덤을 찾아 속풀이를 할 뿐이다. 여하튼 도균은 점점 자신의 기억이 사라질수록 초반에 자기 부인과 했던 약속같은 것들만 남게된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게 된다. 그래. 도균과 딸은 같이 사는 걸로. 아내와의 추억을 한 켠에서 보여주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렇고 이것의 톤앤매너를 밝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밝게, 라기 보다는 크리스마스 동화 같은 느낌. 자신이 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변화되는 플롯. 성공가도를 달리며 오만했던 사람이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 스토리. 물론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기억이다. 딸은 안타고니스트가 될 수 없다. 안타고니스트는 친구이고, 딸은 목표. 도균은 끊임없이 딸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것이고. 도균의 내재되어 있는 욕망도 분석을 해야한다. 사실 도균도 완벽해보이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을 것이다. 친구가 이 부분을 건드려야 한다. 친구는 한가지 모습으로 다가올까? 여러 가지 모습이 있지 않을까. 일단 도균과 도균의 부인 지영이를 중심으로 연대기를 세워본 후 추가 캐릭터들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분명 친구는 도균의 잠재의식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에라. 더 이상 생각 안난다. 나머진 내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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