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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31. 2019

시높시스 (1)

3장 8시퀀스.

지난 일주일 동안 개략적인 시높을 짜보았다.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었는데, 중간중간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조금 지체됐다.


지금 여기에 방금 작업을 끝낸 시높 전문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시높을 작성했는지 그 방법은 밝히는게 좋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소개하는 방법 말고 더 좋은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작업하는게 좋더라. 첫 번째 시높이라 그리 많은 분량도 필요치 않다. 대락 A4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의 분량을 목표로 하면 된다. 조연들의 움직임 말고, 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일단은 주인공의 행동에만 집중하자.

흔히 이야기 하는 “3장 8시퀀스” 개념에, 얼마전에 잠깐 소개했던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에서 배운걸 합쳐 보았다.


뭐... 말은 거창한데, 이미 다 알고 있는 개념이라 크게 새로울 건 없다.




1장 

    ① (15분) 주인공의 일상. 성격등을 소개.

    ② (15분) 도발적 사건의 시작. 마침내 주인공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2장    

    ③ (15분) 첫 번째 위기가 닥친다. 아직 사건 해결에 확신이 서지 않은 주인공은 잠시 주저하지만, 과감하게 그 첫번째 위기와 맞선다. 

    ④ (15분) 첫 번째 위기를 돌파하며 주인공은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 주변부. 즉 적대자, 조력자, 시험자등 각 인물들의 관계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더 큰 시험을 받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⑤ (15분) 시련. 주인공은 좌절한다. (mid point) 

    ⑥ (15분) 이야기의 전환. 여기서 주인공은 깨달음을 얻게되고 보상을 얻는다. 혹은 각성. 아니면 관계의 재정리. 이렇게 주인공은 작은 클라이막스를 돌파한다.


3장 

    ⑦ (15분) 한 층 강해진 주인공이 최종 목표를 향한 준비를 마친다. 그렇게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향해 전열을 가다듬고 출격한다.

    ⑧ (15분) 최종 클라이막스. 반전. 카타르시스.



총 8개의 시퀀스가 나오기에, 시높을 쓸때는 각각에 맞춰 모두 8개의 문단으로 나눠서 쓰면 된다. 이렇게 한 장에서 한 장 반 분량의 이야기를 쓰고 나면 이제야 비로소 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그러니까 주인공이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대충의 감이 잡히게 된다. 그러면 이제 믿을만한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보여주고, 조금씩 살을 붙여나가면 된다. 


예전에는 이런 큰 지도를 먼저 그리지 않고 바로 각론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면 정말 미로에 갇혀 버리게 된다. 앞으로 전진 할 수도 없고, 다시 돌아 나올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정말 미칠 노릇이다. 괜히 에너지 낭비만 하게 될 수 있으니 가급적 위 3장 8시퀀스 개념에 따라 큰 그림을 먼저 그려볼 것을 권한다. 뭐니뭐니 해도 첫 번째 시높을 작성하는 목적이 작품의 큰 틀을 보기 위함이지 않은가. 


자. 그럼 여기서 같이 생각해 볼 문제 하나. 위 ①번부터 ⑧번까지 여덟 개의 시퀀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퀀스는 몇 번일까? 뭐니뭐니 해도 작품은 클라이막스와 결말이 중요하니까 ⑦번? ⑧번? 아니면 중간에 작품이 늘어지는 걸 효과적으로 잡아줘야 하니 ⑤번? 작품은 시작이 좋아야 하니 ①번? 물론 정답은 “①번부터 ⑧번까지 모두 다 중요하다.” 가 맞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공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②번이다. 바로, 도발적 사건. 주인공을 행동하게 만드는 동인. 여기서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을 하느냐 마느냐가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된다.


2018년 연말 시즌.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개봉했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낸 <마약왕>과 <스윙키즈>. 이 두 작품의 도발적 사건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는가. 뭐 굳이 말하자면 이야기 할 수야 있겠지만 주인공이 행동을 시작하게 되는 그 도발적 사건이,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갔었나. 멀리 갈 것 없이 같은 해 개봉했던 흥행작. <신과 함께-인과 연>, <안시성>, <독전>, <공작>, <그것만이 내세상>, <마녀>, <탐정 리턴즈>, <암수살인>과 비교해 보자. 각각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 작품들의 도발적 사건과 비교하면 어떤가. 시각을 좀 넓혀 한국영화 전체 흥행순위 <명량>, <신과 함께-죄와 벌>, <국제시장>, <베테랑>, <도둑들>과 비교해 보면? 


빈약한 도발적 사건은, 관객에게 “주인공이 도대체 왜 저렇게 행동해야 해?”라는 의문을 계속해서 가지게 만들고 결국 작품에서 등을 돌리게 만든다. 간혹 클라이막스와 결말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설픈 도발적 사건으로는 절대 좋은 클라이막스와 결말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시높에서 그걸 잘 했냐고?


아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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