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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Feb 24. 2019

시높시스 (2)

수정방향


약 2주간에 걸쳐 작법서 <SAVE THE CAT>을 참고하고 몇몇 분들의 소중한 조언을 종합하여, 공통된 의견을 정리해보면.


① 가장 기본이 되는 질문. 도균의 욕망은 무엇인가. 도균은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잃기 전, 딸과 화해를 하고 싶다. 그런데 그 방법을 모른다. 심지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도 모른다. 지금껏 딸과 소통을 해왔던 건 아내였는데, 아내마저 없으니 어디 물어볼 곳도 없다. 게다가 점점 빠른 속도로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간 딸의 존재마저 잊게 될지도 모른다. 도균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도균의 절박함이 관객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가? 관객이 도균을 응원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 부분부터 수정해 나가야 한다.


② 그리고 도균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들 등을 돌릴 법한 오만방자하고 꼬장꼬장한 사람이지만, SAVE THE CAT과 같은 장면은 있어야 한다. SAVE THE CAT이라 하는건 '블레이크 스나이더'가 그의 저서에서 정리한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동정이 가지 않는 악당이 주인공일 경우 그가 무심결에 그가 고양이를 구해주는 장면을 집어 넣게 되면, 그것이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냉혹한 킬러 레옹이 화분을 가꾸고, 우유를 마시는 장면이라던가. 좀도둑 알라딘이 빵을 훔쳐놓고서는 굶주린 아이들에게 그 빵을 나눠준다던지하는 장면. 그런데 이게 단순히 기능적으로 들어가서는 안되고, 이 행위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탄탄한 주인공의 역사가 필요하다.


③ 도균의 시련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작품의 추진력이 떨어지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 이 시련이 부족해서이다. 기억을 잃고 있다는 것 말고 추가적인 위협이 존재해야 한다. 주인공을 빛내려면,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 도균에게 가해지는 위협. 그것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존망이 결정될 것이다.


④ 그리고 기타 캐릭터. 특히, (위 시높시스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구씨 할머니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중요하다. 도균이 갈등을 겪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 중 하나다. 해당 범주 내에서 역할 설정을 잘 하자. 또한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인물. 친구와 아내의 역할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천사의 말보다 악마의 소곤거림이 더 달콤한 법이라는데 이 설정을 잘 살려보자. 아무튼, 이 모든 인물들의 목표는 단 하나. 주인동 도균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의미없는 캐릭터의 등장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사바하>를 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같은 실수 반복 안 할것이다.


⑤ 주인공이 가장 오만방자 해야 할 시퀀스는 바로 4번 시퀀스다. 동시에 가장 늘어지고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니 설계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반드시 그 기준을 세워놓고 스토리를 구성하자. 이제 주인공은 4번 시퀀스에서 가장 오만방자 했다가 그 후로 쭉 추락하게 된다. 이를테면 4번 시퀀스는 스파이더맨이 슈트를 처음 입고나서 기분 좋아서 까불다가 된통 당하기 직전의 모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4번 시퀀스와는 정반대로  5번 시퀀스에 이르러 절망적인 낙폭을 경험시켜준 다음 서서히 클라이막스로 진입하며, 주인공을 성장시켜야지. "작법은 과학이다"라고.. 블레이크 스나이더가 말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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