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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ug 14. 2022

한 계절에 한 구절씩

흘러간다

  물가에서 우리는


                                - 이승희


발을 씻는다

버드나무처럼 길게 발가락을 내어 놓는다

세상의 모든 염려를 품고

울음을 참고 있는 나무들이 있어

오늘 당신과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이 캄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 발이 물속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눈이 없는 물고기처럼 당신의 손가락을 스친다


이제 더는 애쓰면서 살지말아요

어떻게든 사는 건

하지 말아요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없었으므로

이제 나는 눈 없는 물고기로 살거나 죽거나

당신 옆에 눕고 싶은 것일 뿐

상처 가득한 지느러미가 환해질 때까지

달빛이나 축내면서


어떤 당부도 희미해진 지금

말간 물이 발목에서 뒤척이는 건

마치 어떤 전생 같아서

몽유의 날들을 세어 본다

세어 보는 손가락이 붉어져서

물가의 나무들은 속으로만 발가락을 키운다


                                                                                         『현대시학』2015년 7월호

시인이 말하는 물가가 연상되는 풍경이다


시 사랑하는 것도 

꽃처럼 한 철인가


절절하던 구절구절이

계절 몇 개 보냈다고

곱게 하는 훈계질로 들린다


애를 쓰고 싶어

쓰고 사는 줄

순간 믿을 뻔했다





#애쓰는게_조절되면

#그게_애_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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