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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pr 23. 2024

천만 개의 연두

공지영작가 표현이란다

많이 돌아다니시는 분을 사부로 삼고,

요새 덩달아 다니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가며 가만히 있으니,

외롭고, 슬프고, 가마니가 되어서입니다.

실내에서는 무색무취였던 계절이

나가 보니 시시각각 총 천연색이라 충격이었습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계절이 얼마나 깔별로 아름다운지요.. 라며 운을 떼니,

사부께서 받아 말씀하시되,

계절과 계절 사이가 얼마나 빛나는 줄 아냐고 물으십니다.


아..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맞음요.

세상 도처에는 고수가 수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따라 나가 봅니다.


이전부터 이곳은 비옥한 땅.

곰 주의표시 하나로 스케일을 대변하는 아름다운 목초지입니다.

주인장께서 돌아가시며, 주에 기증을 하셨다고 합니다.

주에서 관리하며, 자원봉사자들이 유지합니다.


주말 빼고는 입구에 사람도 없습니다.

알아서, 배치된 봉투에 주차비 10불 내고,

알아서, 주차티켓 받고 들어 오면 됩니다.

미모가 사철 빛나지만,

눈 오는 날이 최고라고 합니다.

그렇겠지요.

어딘들 빛나는 날인데, 이리 고운 곳은 더 하겠지요.

누가 모립니까?

낙상에 몸져누울까 홀로 애달아하는 저는 겨울 언덕은 패스입니다.

대신 봄볕이 초록초록하고,

나무가 연두연두 숨을 뿜어낼 때 갑니다.

분홍빛 보랏빛 꽃나무가 한창입니다.


영어로 Red Bud

한국말로는 박태기나무

분명 빨강은 아닌데도 Red Bud라고 지은 것은,

분홍파와 보라파의 논쟁에 지친 작명가의 절충안인 듯하고..


박태기라는 이름은

어린 시절 홀로 좋아하여 썸 타던 나이차 많이 나는

동네 유일 대학생오빠의 이름 같습니다.


파리 아님 주의요.

밑에 동네 이름이 파리랍니다.

세상 도처에 파리입니다.

뱀주의 표시가 있는

너럭바위에

표시만으로 부족함을 느낀

자원봉사자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말귀는 잘 알아듣고 봐야,

놀랄 일이 적다는 거를 짚고 넘어갑니다.

그릇 좀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씩 장만해 두고 있는

빌보 디자인의 나이프 같은 풍경입니다.

이젠 봄마다

이 풍경이 마음에서 피어날 듯합니다.


보랏빛으로도 

분홍빛으로도

박태기로도 말입니다. 






#SkyMeadowStatePark

#Virginia

#https://www.dcr.virginia.gov/state-parks/sky-meadows

#DC에서_한 시간 내외

#산보다는_구릉

#곰사슴뱀소염소거북이독수리_다있음주의

#목가적으로다가_목가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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