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굴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과마눌 Mar 22. 2024

지금 워싱턴디씨는 꽃난리 중

벚꽃이라고 들어 보았음?

살다 보면 알게 됩니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는 걸.

혹여 있다고 해도,

그곳에 내 차지가 되기 어렵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런데, 또, 살다 보면

타인은 나의 지옥이기도, 

나의 천국이 되기도 해서,

심심산골에 내 어두운 중년의 골방에서 

나를 이끌어 몰고 나가, 함께 걷게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함께 걷다 보면, 

걷다가 같이 나누다 보면,

이렇게 꽃 좋고, 청둥오리 좋고, 정자도 아메리칸스타일로 좋은 곳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지금 워싱턴디씨는 온통 꽃나무로 도시가 덮여서

삼보일배가 아니라, 삼보일찰칵을 하게 됩니다.

찍힌 나무들은 대부분 벚꽃나무이지만, 자목련, 배꽃, 이름 모를 숱한 나무들이 그득합니다.

미국의 수도가 아니라, 

United States of Flowers의 수도 같습니다.

인생꽃길 별거 아님을..

지금 그 길

님이 걷고 계심을 알려 주는 거 같습니다.

꽃나무 아래에 서면,

사람들은 인종과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어

모두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렇게 나이 든 나무는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그 표정들을 봐왔을까요

길을 걷다 보면, 길 위에 사연을 만나기도 합니다.

잘라내어야 할 고목을 두고,

그럴 수 없다는 측과 그래야 한다는 측으로 나뉜 워싱토니안들의 주장이 팽팽합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서, 

바닷물이 밀고 들어와서 고목이지만 멀쩡한 나무를 잘라내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계절을 피어내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비가 온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것들이 왜 이리 단명하며, 또, 쉬이 떠나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물 좋고, 정자 좋고, 꽃도 좋은 순간을 포착해 내면 됩니다.

그 짧고 짧은 순간을 애틋함으로 보아주면 그만입니다. 

비 오면 늦음주의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웃음은 노력형 관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